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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클래식’이라고 합니다. 클래식은 단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과 진리를 전합니다. 가톨릭 안에서도 그런 고전은 우리 삶에서 살아 숨 쉬며, 오늘의 신앙을 비추는 빛이 됩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건네신 당신의 사랑과 구원의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시대를 넘어 변함없는 진리로 우리의 마음을 밝혀 주고, 언제나 생명력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깨달음과 희망을 전하며 신앙의 길을 비추어 줍니다. 오늘은 바로 그 영원한 클래식, 성경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
여러분은 혹시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있으신가요? 저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Op.35)를 무척 좋아합니다. 차이콥스키가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이 협주곡에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대표곡답게 그 안에 풍성한 감정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곡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들을 때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감성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마치 새로운 곡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주자마다 다른 해석을 들으면서 작곡가인 차이콥스키가 의도했던 느낌은 무엇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됩니다.
‘클래식(classic)’ 혹은 ‘고전’이라는 말을 수식하는 대상은 뭔가 우아하면서도 품격이 있는 느낌을 줍니다. 우리는 단지 오래된 것만을 클래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그 의미나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빛나기에 후대에도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클래식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장르에서 클래식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대표적인 클래식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테크니컬러(Technicolor)라고 하는 화려한 색감을 사용했다는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와 같은 명대사를 남겼고,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는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여성상을 보여 주었으며, 남북 전쟁 당시 미국 남부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시대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화에도 수많은 클래식이 있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도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작품 역시 예수님에게 소실점을 맞춰 시선을 집중시키는 원근법을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그림을 본 이들이 예수님 주위에 삼삼오오 무리 지어 앉은 제자들의 몸짓과 표정 등을 통해 최후의 만찬에 직접 참여한 것처럼 느끼게 하고, 그 안에서 신앙을 돌아보고 성숙시키는 장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도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에게 주는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클래식이라고 볼 수 있지요.
클래식이 되기 위한 조건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을 보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 번째로, 클래식 작품들은 보통 오래된 것들이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현대의 작품들도 클래식으로 여겨지지만, 일단 오래된 작품일수록 클래식한 느낌을 더욱 잘 드러냅니다.
두 번째, 후대의 사상과 학문, 문화에 영향을 주는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후대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찾는다는 의미이겠지요. 아마도 서두에 언급했던 클래식 음악처럼, 그것을 다시 읽고, 보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들일 것입니다.
마지막은 보편적인 인간 경험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학 전문 서적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는 거리가 있어 클래식 작품으로 여겨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그래서 후대에도 여전히 언급되지만, 전문적이라서 대중에게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영원한 클래식 ‘성경’
이처럼 우리 삶에 가까이에 있으면서 많은 영향을 주는 클래식의 여러 공통점을 잘 보여 주는 책이 바로 ‘성경’입니다.
첫 번째로, 성경은 그보다 저술된 시기가 더 앞선 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요.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약 성경은 예수님 이전까지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고 신약 성경은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구약은 기원전 600~500년경에 최종 편집된 것으로 여겨지며, 신약이 쓰인 시기는 기원후 50년경부터 100년경 사이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일단 저술 시기로만 따져도 성경은 고전 중의 고전에 속합니다.
두 번째로, 성경은 오늘날의 사상이나 학문이나 문화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작가들은 평화나 구원 등 성경에 나타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삼아 작품을 썼고, 성경 자체도 고대 근동학이나 문헌학, 역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대상이 되며, 성경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나 사건들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의 소재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의 내용은 보편적인 인간 삶에 관련된 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원, 죽음, 구원 등과 같은 실존적인 질문들부터 사랑, 죄, 희생, 용서와 같이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게 되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그것들을 담아내며, 신약 성경은 예수님의 존재를 중심으로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지요.
클래식을 즐기는 독서법
그렇다면 교회의, 아니 인류의 영원한 클래식인 성경을 더욱 풍요롭게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성경은 지루하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보면 종종 보게 되는 문구가 있는데, 그것은 ‘명작은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도 다시 찾게 된다’입니다. 다들 적어도 한 번쯤은 그러한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영화나 책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심지어 이어지는 대사들까지 구체적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다시 보았던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화나 책뿐이 아닙니다. 서두에 언급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경우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그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이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마치 차이콥스키가 들려주는 새로운 노래처럼 그 곡을 듣고는 합니다.
성경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경에 적힌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합니다. 글자 그대로, 그 결말을 이미 다 아는 내용들이지요. 에덴동산의 창조와 첫 인류인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심, 모세를 중심으로 한 이집트 탈출과 시나이 계약, 약속의 땅 가나안에 세워진 이스라엘 왕국, 아시리아와 바빌론에 의한 이스라엘의 멸망, 이처럼 고된 역사 안에서 생겨나는 구원자 메시아에 대한 희망, 메시아로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수님을 거부한 사건과 이방 지역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전파, 이방 지역에 형성된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졌던 사도들의 편지까지. 이렇게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끄시는지 보여 주며,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어떻게 생겨나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클래식 작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클래식 작품을 읽고 듣고 보는 이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미 익숙한 소설이자 영화이며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오늘은 또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면서 그것들을 대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성경을 그러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어떨까요? 이미 여러 번 읽고 들어서 알고 있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신앙의 선조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다시 읽는 우리의 마음에 하느님께서 진리를 향한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기를 기대하고,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고 체험하기를 바라며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다면, 우리는 성경 안에서 그 어떤 클래식보다도 풍요로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클래식 작품이라도 나의 마음이 닫혀 있다면, 그 진가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성경에 담겨 있는 풍성한 진리의 보화를 발견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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