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의 문장 ② | 그분과 함께하는 삶의 풍경

가톨릭 예술

사제들의 문장 ② | 그분과 함께하는 삶의 풍경

《사제들의 시대 공감》 저자 인터뷰 | 문재상 신부, 심재현 신부, 이한석 신부

2026.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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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순간에 희망을 발견하게 될까요? 이 질문 앞에서 신간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공감을 건넵니다. 이 책은 반복되는 일상과 크고 작은 삶의 흔들림, 때때로 찾아오는 상처와 기나긴 어둠까지도 희망과 사랑을 향한 여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여섯 사제 가운데 문재상 신부, 심재현 신부, 이한석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문장 뒤에 놓인 사제들의 일상과 글 쓰는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까요?

 


 

이번 원고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그 문장이 마음에 남은 이유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재상 신부: 내가 겪은 고통이 내 겸손의 깊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떠올리며, 그분의 부르심에 나를 내어 맡겨 드린다.”(본문 74)

 

여전히 부족하고 비틀거릴 때가 있지만, 제 삶에 주어진 시련과 고통을 통해 하느님께 의탁하는 방법을 조금은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체험들은 여전히 제게 삶의 방향을 알려 주는 이정표로 남아 있습니다.

 

심재현 신부: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해진 기도 시간뿐만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는 순간순간 주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렇게 기도를 올리며 이웃을 위한 마음으로 삶을 봉헌하는 것 또한 훌륭한 기도가 될 수 있다.”(본문 146)

 

기도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을 정해 놓고 계획대로 기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수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체가 정한 시간에 함께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홀로 시간을 내어 꾸준히 기도하는 것은 수도자에게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정해 기도하는 평신도들을 보며 늘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열심히, 꾸준히 기도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고해성사 때나 신앙 상담 때 자신이 정한 기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기도는 그저 조용히 앉아 주님께 마음을 드리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일상에 주어진 일, 거창한 일이 아니라 늘 반복되는 소소한 일조차 봉헌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위한 마음으로 해 나간다면 그 시간 또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일이 기도가 될 수도 있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화될 수 있는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것은 참 아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기도로 살아 내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한석 신부: 빛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꿰뚫듯이, 예수님께서는 그의 두려움과 갈망을 모두 알아보신다.”(본문 241)

 

한창 등산을 다닐 때 이런 묵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산들에 자리 잡은 나무들의 거칠거나 연약한 결이, 저의 갈망과 비루함을 비춰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숲에는 항상 나무와 햇빛이 있듯, 하느님께서 삶의 양면을 모두 마련해 주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장은 제게 그때의 묵상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줍니다.

 


 

이 글들은 주로 어디에서 쓰셨나요? 가장 오래 머무르셨던 자리도 궁금합니다.

 

문재상 신부: 모든 글은 제 방에 놓인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쳐 내려가며 쓴 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글들이 제게 찾아온 것은, 일상의 한가운데, 혹은 기도하는 가운데입니다. 글을 준비하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신학교의 사제 경당인 듯합니다. 하루를 정리하며 경당에 앉아 있을 때, 불현듯 글감이 떠오르기도,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했습니다.

 

심재현 신부: 저는 개인 사무실이 없기에 방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저를 찾는 아이들이 있어 글쓰기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업무가 많을 때에는 사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며 틈틈이 쓰기도 합니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자리를 꼽는다면, 아마도 지금 제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글을 쓰느냐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이한석 신부: 울창한 벚나무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의 제 방 거실에서 씁니다. 지금은 한창 빨갛게 잘 익은 버찌가 매달려 있는데, 보이는 것과 달리 맛이 없는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새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끼리도 소문이 나는지 요즘에는 방문 숫자 자체가 줄었습니다.

 


 

글이 막힐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 편이신가요?

 

문재상 신부: 사실 억지로 글감을 찾아내어, 쥐어 짜내듯 글을 쓰는 편은 아닙니다. 그냥 일상을 살아가다가 무언가가 저를 찾아오면, 그때 비로소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전업 작가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혹여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면, 대개는 경당에 앉아 고요히 머무는 편입니다. 굳이 생각을 정리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 안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제 마음을 정리해 주는 듯합니다.

 

심재현 신부: 함께 사는 신부님들, 수사님들을 만나 수다를 떱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동료 직원들과 농담 섞인 대화를 주로 합니다.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낚시도 갑니다.

 

이한석 신부: 글이 막혀서보다는, 글을 제대로 못 써서 고민한 적이 많습니다. 마음에 떠다니는 글을 잘 붙잡아 드러내고 싶은데, 늘 어렵습니다. 쓸 말이나 할 말이 다 떨어진 적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그냥 받아들입니다. 아직 삶이 충분히 익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면서요.

 


 

지금의 신부님을 만든 사소한 취향 하나를 꼽아 주신다면요?

 

문재상 신부: 어려서부터 책을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바빠서 많이 읽지 못하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소설책을 거의 매일 두세 권씩 읽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심재현 신부: 저는 낚시를 참 좋아합니다. 바다, 민물 가리지 않고 낚시를 하면서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아요. 늦잠을 자지 않는 것도 제 취향이라면 취향일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성모송 세 번을 바치고, 씻은 뒤 커피를 한잔하며 다음 날의 복음 말씀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하루 종일 마음에 두었다가, 저녁 식사 후 강론을 씁니다.

 

이한석 신부: 말씀드리기가 약간 조심스러운데, ‘의심하기입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가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물과 사람, 의견을 대할 때 먼저 의심부터 하는 것 같습니다. 좀 피곤할 때도 있지만, 숨겨진 뒷이야기를 발견하게 하는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것이 취향인지, 조금은 까다로운 태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게는 세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과 관련하여 추천해 주실 도서가 있으신가요? 추천하시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문재상 신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으로 일리아 델리오의 《프란치스칸 기도》와 오영진 신부의 《슈브리에 신부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들은 제 삶의 기본적인 방향성,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심재현 신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신심 생활 입문》이라는 책입니다. 대영성가였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화살기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책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일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편지글 형식으로 알려 줍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도 신학생들과 양성 중인 수도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이한석 신부: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라는 책입니다. 기도하듯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라, 두 번 정독한 뒤 다시 손에 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글이 어렵지는 않지만, 생각이 너무 짙어서 읽는 동안 꽤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성찰이 너무나 깊어 읽는 내내 감탄하고, 벅찬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보았는데, 그 책은 반 정도 읽다가 더 익도록 기다리는 중입니다. ‘침묵의 관계를 이토록 명확히 드러낸 책은 본 적이 없습니다. 말이 흘러넘치는 요즘에 침묵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저자의 믿음과 생각이 매우 또렷이 보입니다.

어쩌면 말로 먹고 사는 일이 많아진 저에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이 책을 읽던 시기는 제가 기도에 깊이 몰입하던 때였기에, 더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읽게 될 제 글에서도 어렴풋이 비치는 막스 피카르트의 생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20266,

명형진 신부, 문재상 신부, 방종우 신부,

심재현 신부, 은성제 신부, 이한석 신부의 신앙 이야기를 담은

《사제들의 시대 공감》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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