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성경 이야기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2026년 3월 8일│사순 제3주일

2026.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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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몸의 갈증에는 민감하면서도, 마음의 갈증에는 둔감하게 살아갑니다. 우물가에서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건네신 한마디는 물을 향한 요청이었지만, 그분의 시선은 그녀의 삶 깊은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사순 시기, 우리 안의 갈증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을 통해 기도라는 살아 있는 대화의 자리를 다시 바라보며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입니다. 적당한 양의 물을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생명 유지와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우리는 가끔 이 사실을 잊고 지내지만, 물이 부족할 때 우리 몸은 금세 이상 신호를 보내 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참조)

 

하고 청하시면서 시작됩니다. 우물가에서 시작된 이 짧은 요청은 긴 대화로 이어지며, ‘이라는 소재를 통해 생명과 신앙이라는 깊은 주제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신 것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으로 보았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이교도 취급하며 무시했고, 상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을 섞는 것조차 꺼리던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 물을 청하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목을 축이기 위함이 아니라, 그녀와의 대화를 트기 위한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우리는 에 대해 생각할 때 굉장히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동시에 생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홍수가 나거나 물에 빠지게 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에 물은 공포와 죽음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물이 없다면 모든 생명체는 갈증 끝에 말라 죽게 됩니다. 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필수 요소이기에 생명의 원천이기도 한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탈출기에서도 이러한 물의 중요성이 잘 드러납니다.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실 물이 떨어지자, 모세에게 거세게 불평합니다. 그들의 아우성은 곧 죽음의 공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심으로써 그들에게 생명을 다시 불어넣어 주십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물은 그야말로 생명의 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이 생명의 물이 단순히 육체적인 목마름을 해소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 즉 성령과 신앙의 은총을 주신 것입니다.

 

오늘 미사의 감사송은 이러한 예수님의 의도를 아름다운 기도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마실 물을 청하시면서 이미 그 여인에게 친히 신앙의 선물을 주셨으며, 또한 거룩한 사랑의 불을 놓으시려고 그 여인에게 신앙의 갈증을 느끼게 하셨나이다.”

 

예수님께서는 육체적인 갈증을 매개로 그녀 안에 잠들어 있던 영적인 갈증을 일깨우셨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신앙이라는 참된 선물로 채우시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 안에도 분명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세상의 즐거움이나 물질적인 것들을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신앙을 통해 그 근원적인 목마름을 채우시고자 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 변화되었듯이, 우리 또한 예수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을 마실 때 비로소 영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 생명의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네셨듯이, 우리도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예수님과의 대화가 바로 기도이며, 기도는 곧 하느님과의 살아 있는 대화입니다. 그녀가 예수님과 대화하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받았듯이, 우리도 기도 안에서 솔직한 내면을 주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예수님 그리고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우리의 목마름을 가장 잘 아시는 주님께서 당신의 생명수로 우리의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현재 동성중학교에서 지도 신부를 담당하고 있으며, WYD 지역 조직 위원회 봉사자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한 교육적 고민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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