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둠을 극복하는 힘’

성경 이야기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둠을 극복하는 힘’

그가 그분을 만난 뒤로 - 마리아 막달레나 (2)

 

*이 글은 <주님을 만난 이들: 요한 복음 속 이야기> 시리즈의 아티클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간 첫날 이른 아침무덤에 간다.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그녀의 삶에 이제는 서서히 빛이 들 것을 암시하는 순간이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긴 적이 없다(요한 1,5). 세상의 권력자 무리는 예수님을 죽음으로 이끌었지만, 아무런 힘 없는 연약한 여인은 부활하시어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신 예수님을 뵙게 된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1. 마리아 막달레나가 먼저 빈 무덤에 도착함
  2.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 무덤을 발견하고 제자들에게 이를 알림
  3.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빈 무덤에 와서 들어가 보고,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감
  4. 마리아 막달레나는 계속 무덤에 남아 있다가, 천사들과 예수님을 목격함

 

마리아 막달레나는 가장 먼저 무덤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덤에 돌이 치워져 있는 것만 보고 바로 제자들에게 알린다(요한 20,1). 그녀는 빈 무덤에 들어가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도착한 제자들이 빈 무덤에 먼저 들어가고(20,6-8), 그들이 돌아간 뒤에야 그녀는 무덤을 들여다본다(20,11-12). 제자들이 무덤에 들어갈 동안 무덤 밖에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이 먼저 무덤에 들어갔음에도 목격하지 못한 천사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주님까지 처음으로 목격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마리아 여인 편에서 읽은 시편 42편을 다시 한번 묵상해 보자.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

그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나 가서 뵈올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제게 온종일

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 빈정거리니

낮에도 밤에도

제 눈물이 저의 음식이 됩니다. (시편 42,2-4)

 

주님을 애타게 찾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은, 자신의 메마름을 해소해 줄 구원자를 찾는 사마리아 여인의 갈증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성경에 관한 지식이 있었거나, 재력이 출중했거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눈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주님을 애타게 찾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요한 20,13)

 

우리는 간혹 쓰디쓴 아픔 가운데에서 예수님을 애타게 부르짖지만, 메아리조차 느끼지 못하는 공허함을 체험하기도 한다. 과연 주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이것은 단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만은 아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이 세상의 비극 앞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제게 온종일

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 빈정거리니

낮에도 밤에도

제 눈물이 저의 음식이 됩니다.(시편 42,4)

 

고통 속에 있을 때 과연 주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고통 가운데 우리는 어디에서 그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방금 인용한 시편 42편을 외는 탄원자의 처지는 바로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마주하신 그 상태와도 완벽히 닮아 있음을 보여 준다.

 

적들이 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

온종일 제게 빈정대면서

제 뼈들이 으스러지도록

저를 모욕합니다.” (시편 42,11)

 

수석 사제들도 율법 학자, 원로들과 함께 조롱하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시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내 보시라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야.” (마태 27,41-43)

 

나치의 아우슈비츠 처형장에서 죽어가는 소년을 보던 한 사람이 망연자실하며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여러 차례 소리지르자, 자기 내면에서 "하느님은 지금 여기 계시다, 저기 처형되는 저 소년이시다"라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고통으로 짓눌린 이가 주님의 현존을 곧바로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도 가운데, 바로 그 고통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고통받고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이 겪었던 평생의 고통에 더해 주님의 상실이라는 고통까지 짊어지며 그분을 애타게 찾는다. 왜 그녀는 빈 무덤을 앞에 두고도 제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잃어버린 예수님 앞에서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 (요한 20,14)

 

그렇다면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랑하는 예수님을 왜 알아볼 수 없었을까? 어떤 학자는 이곳에서의 마리아가 너무나 눈물을 흘린 나머지, 눈물이 앞을 가려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사실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곳뿐만 아니라 루카 복음 속 익명의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마주친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그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카 24,13-16)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지상 생활을 하셨던 예수님과 같은 분이시면서도, 이미 육신의 눈만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특별한 차원으로 넘어가신 분이시다. 이러한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사람이 어떤 충격에 사로잡히면 일상적인 광경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법이다. 추정컨대 마리아 막달레나의 마음은 예수님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충격이 너무나 컸던 것 같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알아뵌 것은 예수님께서 그녀를 다정하게 부른 순간이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요한 20,16)

 

시각은 우리에게 가장 선명하게 다가오는 감각이다. 하지만 때로는 시각보다 향기와 음성이 기억 속에 은은하지만 또렷하게 남는다.

 

더 이상 예수님을 선명하게 뵐 수 없지만 그분의 따스한 목소리는 마리아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데에 충분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요한 10,3-4)

 

그녀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양이었던 것이다. 그분을 찾을 수 있고,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을 알아뵐 수 있었던 것은 양이 목자를 사랑하듯 그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분만을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두운 절망 가운데에서도 그분만을 따르기로 결심한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와 안젤리카 자매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에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새겨준다. 이 짙은 어둠을 극복하는 힘은 오직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찾을 수 있음을. 눈물이 앞을 가릴지라도 그분은 언제나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계심을.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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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인천교구 사제. 현재 로마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담긴 메시지를 연구하는 것이 제 주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 교회 안에는 세속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랑과 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능한,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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