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식탁 위에 ‘사랑’이 놓였다

성경 이야기

그날, 식탁 위에 ‘사랑’이 놓였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빵과 포도주에 담긴 마지막 고백

2026.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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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떠나야 하는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나요?
  • 예수님께서 성체를 통해 보여 주신 사랑의 방식을 어떻게 살아 내고 있나요?
  • 성찬례 안에서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있나요?

 


 

사랑을 준비하신 마지막 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를 맞이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삼일의 시작, 즉 주님 만찬 성목요일을 떠올립니다. 그날의 복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요한 13,1)

 

하느님께로 건너가시는 순간, 예수님께서는 이제 더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실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을 바라보시며, 더 이상 소리치실 수도, 안아 주실 수도, 사랑한다고 고백하실 수도, 눈길을 마주치실 수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실 수도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당신께서 전하고 싶으셨던 사랑의 시간을 천천히 준비하셨을 것입니다.

 


 

빵과 포도주, 말 대신 남기신 선물

 

빵을 떼어 나누고 포도주를 함께 마시며, 예수님께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 형제자매들의 사랑을 아로새기셨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그 사람의 마음 또한 깊이 간직하고 싶어 하는 그 심정을 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또한 매일 거행되는 성찬례 안에서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 주셨다는 사실을 깊이 묵상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나누는 식탁, 하나가 되는 순간

 

서양에서는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주인이 메인 요리를 하루 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손님들이 모이면 음식을 데워 대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주인은 손수 음식을 덜어 주며 손님들과 친교를 나눕니다. 만찬은 이렇게 준비된 음식을 서로 나누며 하나 됨을 느끼는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수난 전날 밤, 식사를 준비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는 친교의 자리를 마련하셨지요. 이러한 나눔의 친교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주님의 몸과 피를 직접 나누어 모심으로써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은총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성체 안에서

 

빵은 우리를 살찌웁니다. 그리스도의 몸도 우리를 사랑으로 살찌웁니다. 포도주는 우리의 피를 순환시키고 기쁨을 더해 줍니다. 그리스도의 피 또한 우리의 사랑을 흐르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눈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과 기쁨이 되어 주며, 서로를 살리는 참된 형제자매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눕니다. 이렇게 나누는 성체와 성혈은 우리와 언제나 함께하시는 예수님과 하나 되는 만남의 자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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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 미디어 사도직 위원회 위원장를 맡고 있습니다. 사진기로 하느님을 담고, 영상으로 하느님을 전하며, 글로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수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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