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움은 자연스러운 것

📚서평

혼란스러움은 자연스러운 것

그리스도향기

2025. 06. 13
읽음 9

신앙을 갖는다는 것,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운 생각을 지녔을 때가 있었다.

굳은 믿음이라 생각했던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고 과학적 접근으로는 설명할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혼란스러움도 바람에 날려가듯 그럼에도 믿음을 갖고 꾸준히 성경에서 해답을 찾아보려 했을 때 그 무엇도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음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가톨릭 교리의 많은 부분도 ~해야 한다. 믿어야한다는 사유안에서 보지 않고도 믿는 이는 행복하다는 말씀처럼 그저 믿고 믿어지고 믿어야 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영적체험을 통해 눈부신 햇살아래, 바람부는 시원함에, 저멀리 수평선으로 기울어지는 노을 안에, 그 어디에서든 함께 하시는 그분의 존재를 만나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든든함이 있었다.

믿음 안에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의문과 혼란도 초자연적이며 설명할 수 없는 그분의 존재로에 대한 믿음이기만 하면 된다 느꼈던 터라 이모든 혼란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역설들]이란 책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었다.

앙리드 뤼박이 쓴 [역설들]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풀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책이며 역설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앙리 드 뤼박은 프랑스 북부에서 1896년 출생하고 1913년 예수회 입회하여 1927년 사제서품을 받고 1929년 리옹가톨릭대학에서 신학교수로 일하였다. 196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위원으로 공의회 신학을 쇄신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198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되었다. 당대 가장 뛰어난 신학자임을 공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리스도인은 예수회 신학자 앙리 드 뤼박이 매우 선호했던 표현처럼, 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잡아끄는 '역설'로 신앙을 살아갑니다."라고 바티칸 뉴스에서 이야기했듯 역설로 신앙을 살아가는 자세를 말해준다.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은 다수의 저서를 발간하였는데 중세 저술가들의 저작을 모은 [그리스도교 원전]은 교부 문헌 총서로 신학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앙리 드 뤼박이 그리스도교 신앙 진리에서 역설적 특징을 큰 주제로 오류에 빠진 신학에 대한 교부들의 성찰을 묶어 발간한 [역설들]은 신학사상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에서 신학을 해석하려는 오류를 경계하고 역설을 없애려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교의 역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묵상하도록 안내한다.

혼란스러움은 자연스러웠다는 것... 우리에게 말하는 복음자체가 역설로 가득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복음이 역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인간 자체가 살아 있는 역설이고, 교회 교부들에 따르면 육화야말로 최고의 역설이다." p38

한 때 지녔던 의문과 알 수 없는 미로같았던 생각과 교리와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던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사실을 책을 펴자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 신앙 그 자체가 역설이며 신학은 역설의 집합체이므로 그리스도 신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설은 근간이 되는 것이며 신앙의 이해를 넘어 신앙을 통한 이해가 된다는 것을 드 뤼박은 되짚는다. 신앙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는 역설을 파헤쳐 해석하려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과 그대로 탐구하는 것만이 신앙의 심오한 의미를 가져다 주기에 아는 것만이 아니라 체험하는 만큼 신앙의 깊이와 참된 의미를 알게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실체를 믿어가는 삶과 신앙의 여정에서 [역설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저 어느 페이지에 담긴 한 문장의 글 자체로 아하!하며 지금의 마음을 돌아보며 읽을 수 있어 혼자 묵상하는 글로 손색이 없다. 모든 글을 다 기록할 수 없지만 인상적인 글, 감동적인 글귀를 따라 읽고 되새기고 써보며 현대에서 흔들리는 신앙의 뿌리를 견고하게 하고 늘 우리를 바라보고 사랑으로 축복하셨던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예수성심성월에 그분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언제 타올랐는지 흔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신앙의 길잡이를 해줄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여름의 뙤약볕처럼 뜨겁게 타오르지 않더라도 간혹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마음에 바람이 지나갈 공간을 마련해 줄 귀한 글귀가 가득하다.

기억에 남는 글귀들을 소개한다.

"신앙 행위가 모든 행위 가운데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처럼 신앙의 표현은 모든 표현 가운데서 가장 개인적이다. "p39

"신앙은 여러 이론의 혼잡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신앙은 사랑의 특권에 참여해야 한다. 신앙은 그 대상을 취하고 독점하려 하지 않으면서 그 대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우리 영혼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하느님을 깊이 바라보게 할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이르게 한다. 신앙은 우리를 존재 안에 세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만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p40

신앙은 의심에 흔들리지 않고 0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신앙은 자신을 비우면서, 자신에게서 벗어나면서, 그래서 그리고 삶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견고해지고 마침내 견고한 아름다운 외관을 가질 수 있다. 겉은 점점 단단해졌으나 속은 텅 비게 되었다.p42

"지금 하느님의 뜻을 재발견하느라 바쁘다며 내 형제에게 물 한 잔 주기를 거부할 것인가? p152

"가장 심오한 신앙에서 가장 철저한 무신론으로 가는 데에는 머리카락 굵기만 한 거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굵기는 심연이다. 신랑은 신부를 '그의 목에 있는 머리카락 한 올'만으로도 알아본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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