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김수환

📚서평

추기경 김수환

무빙워커

2025. 12. 15
읽음 4

'사람'과 '사랑' 속에 피어나는 신앙의 신비여!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시편 8:5)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신지 어언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덧없이 빠름을 새삼을 느끼지만, 김수환 추기경께서 남기신 울림 있는 말씀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시간이 모든 것을 덮고 퇴색시키며, 망각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기 5년 전인 2004년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펴낸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의 개정판이다. 여느 책처럼 개정판이라고 해서 책의 내용이 증보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현재 가톨릭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시복 건과 관련하여 김수환 추기경 회고록을 홍보와 현양 차원에서 다시 재판하기 위해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그야말로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했다. 그런 역사의 소용돌이가 성직자로서의 그의 발자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 회고록을 통해 잘 드러난다. 특히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어 30(1968-1998)을 역임했던 그였지만, 그 역시 취임 초기에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 자리를 면할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 자리가 결코 녹녹한 자리는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개인적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회고록 속에서 가장 울림을 주는 단어는 사람사랑이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장면이 이 단어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987년 이른바 ‘6.10 민주항쟁당시 명동성당으로 피신한 시위대 수백명이 이를 해산하려는 경찰병력들과의 대치상황이 그것이다. 수일째 계속되는 경찰과의 시위대의 대치 속에서 정부가 급기야 경찰병력의 투입과 시위대의 연행하려 하자 김수환 추기경은 다음과 같은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중략)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갑시오.” 이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이러한 외침은 종교란 무엇인가를 처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 어떤 힘으로도 물러서질 않았을 것 같았던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강압과 독재를 한 성직자의 단호한 외침으로 멈칫거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이번에 이때의 아스라한 기억을 갖고 이 회고록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이 성직자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이 사람이며, 사람들서로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하신 대로 살아가는 참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 말미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에 이 책 초판이 발간되었을 당시 서문을 맺음말로 다시 실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김수환 추기경이 이 당부는 그 분이 선종하신 후에도 여전히 살아서 울리는 종소리와 같다. 서로 서로 이웃끼리 사랑하는 세상이야 말로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 조건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세상이 바로 하느님께서 맞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물어 가는 2025년은 얼마 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포한 희년이자, 한국 교회에서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의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시성 절차가 본격화된 해이기도 하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시성은 최근의 시복 건에 대한 시복재판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회고록은 단순히 한 성직자의 삶을 재조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의 삶 속에서 신앙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뜻깊은 기록이다.


나의 사목 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처럼

성체성사의 주님처럼 생명의 빵이 되는 삶,

모든 이의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본문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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