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되는 내 마음들 <해인의 바다>

📚서평

저장되는 내 마음들 <해인의 바다>

녹색바람

2026. 06. 19
읽음 2

저장되는 내 마음들 <해인의 바다>

영혼의 일기와 비교할 수 없는 하찮은 기억저장을 쓴지 2년이 넘었다. 신기한 건 매일에 저장되는 서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가끔 열어보는 재미도 쏠쏠치 않고 그럴 때 또다른 그날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해인 수녀님은 1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동갑이시다. 무엇보다 누구보다도 손녀들의 성장에 기뻐했을 빨리 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31세 수녀님의 기록을 보며 문득 아버지의 그 시절을 생각하는 감상에도 젖었다. 30대 아버지에 대한 흐릿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니. 그리고 50이 넘은 나의 그 시절까지도. 30대 아버지와 나는 우리가 가진 능력과 생명 에너지가 무한한 줄 알았을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소 교만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에 무지하고 무관심했었다.

수녀님의 내면 기록은 파격적이다.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놀라웠다. 투덜대고 토라지고 트집 잡는 30대 수도자의 다소 발칙한 이야기도 있다. 미운 마음, 지저분한 마음, 울컥 치미는 마음도 있다. 사람들이 성가시기도 했단다. 하지만 젊은 수녀님은 노력했다. 사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아름답게 보는 생활을 위해 기도했다인간에게 상처받아 아파하고 참을성이 없는 자신을 반성하며 변덕이 심해 주변에 어려움을 주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기록하셨다.

중요치 않은 일에 신경을 쓰고 수녀 대우에 익숙해져서 정말 무엇이나 된 것처럼 착각하는 자신을 깨닫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은총이 아니었더라면 언제 죽었을지 모르는 것을 알고, 떠나면 그뿐인 이 여행에서 애착해야 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팔십 노년에 이른 수녀님은 여전히 배워가시고 기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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