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바다>는 종신 서원을 준비하던 1976년의 이해인 수녀님의 기록을 엮은 산문집입니다.
종신 서원은 일생을 마칠 때까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기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녀님이 서원을 준비하며 사계절 동안 생각, 반성, 솔직한 고백 등을 담아낸 책이었습니다.
추상적인 표현 보다 담백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라서 잘 읽힙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 꽤 많아 기록으로 남깁니다.
<봄>
영혼이 당신 안에서 단순하면 단순해질수록 더욱 맑고, 조용하고, 깨끗한 마음을 소유하게 됩니다.
→ 복잡하기 보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영혼을 더 맑고 깨끗하게 하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예전에 알던 분을 주말에 우연하게 만났는데, 왠지 모르게 위축이 되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과거의 인연은 좋든 싫든 이미 지나갔으니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깨끗한 마음을 잘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공동체 안에는 정말 별의별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고 이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꾸 놀라기만 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주님.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제가 부디 모든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점을 찾아내고, 그들이 당신에게서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달아 그들 앞에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러내게 하소서.
→ 일을 하면서, 출퇴근 길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내 마음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이해가 가지 않고 불편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비난하지 말고, 아름다운 점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름>
별의 혼을 타고났다는, 그리고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란빛으로 피어난다는 그 민들레의 꽃말이 '사랑을 준다.'인 점이 퍽 마음에 들어요.
→ 저도 민들레를 참 좋아합니다. 이해인 수녀님도 민들레에 대한 애정을 글 곳곳에 표현합니다. 특히 민들레의 꽃말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꽃말 때문에 민들레가 더 좋아질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죽음의 문을 향해 차츰 전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때로 초조한 행복을 안겨 줍니다.
행복과 기쁨은 우리 스스로 손짓해 불러야 오는 것임을, 현재의 자기 위치에서 도피한다고 해서 다른 행복이 찾아오는 게 결코 아님을 차츰 알아듣겠습니다.
→ '초조한 행복'이라는 제목을 가진 산문입니다.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 줄어듭니다. 행복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에게 손짓하는 태도를 가져야겠습니다.
참된 만남이란 많은 말을 주고받는 데 있지 않고 '너'의 안에 들어가기 위한 바라봄이란 것을 알겠습니다.
→ 이 말에 참 공감합니다. 말을 많이 주고 받는다고 상대를 더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말이 아니더라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참되게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가을>
큰 것을 바라기 전에 평범한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선을 꺼내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 선이라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작은 배려, 공감, 따뜻한 말 한마디, 따스한 눈빛도 모두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부터라도 선을 꺼내어 일해보겠습니다.
몹시 힘든 날이었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우울해하며
화난 표정으로 지낸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산다는 것에 따른 온갖 갈등,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 모순, 부조리, 위선 같은 것에 처할 때마다 놀라는 저라는 사람.
그러나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보다 열심히 살고 싶고, 저에게 무관심한 이웃들까지 사랑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 저는 수녀님도 이렇게 인간관계로 힘들어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녀님의 글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몇 주 전, 일을 하다 힘든 사람을 만나 화가 많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화가 난 표정과 눈빛으로 상대를 대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울하고 컨디션도 썩 좋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도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게 기도하겠습니다.
<겨울>
새로 맞는 아침마다 삶의 기적을 배웁니다.
기적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그 하루하루가 벌써 놀라운 기적이며, 잊지 못할 경이로움인 것을.
그러니,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 아침에 햇살이 눈부셔 눈을 뜨면 가끔 기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한다는 것이 기쁩니다. 물론 일을 하러 가거나 바쁜 일정이 있는 날은 기쁜 감정만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갖고 하루를 잘 보내야겠습니다.
<다시, 봄>
2024년과 2025년의 길이가 짧은 산문들이 수록되어 있습 니다.
순간의 기억을 메모해 놓았다가 옮긴 느낌입니다.
<부록>
종신 서원을 준비하던 1976년 1월 24일부터 1월 31일까지의 기록입니다.
8일째까지의 기록 이후, 2월 2일 종신 서원식 날의 소감까지 담겨 있습니다.
수녀님의 인간다운 고민이 담겨 있다보니, 꼭 일기장을 열어본 느낌이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았고, 최근 힘들었던 마음을 잘 풀 수 있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해인의 바다>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열어봐야겠습니다.
수녀님의 솔직한 생각과 고민, 참신한 표현이 궁금한 분들에게 <해인의 바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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