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이 가톨릭 문학에서 꽤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내가 처음 읽은 엔도 슈사쿠의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의 대표작 <침묵>처럼 소설인 줄 알았는데 비평서, 역사서에 가까운 논픽션이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성서 속 등장인물로만 접해온 예수의 제자들을 새롭게 분석한다는 점이다. 야고보와 베드로 등 제자들의 성격을 처음 짐작해 볼 수 있었고, 예수가 죽은 뒤 ‘자신들의 나약함, 비겁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제자들의 심리와 그들의 인간적 약점을 다룬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책은 결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소설처럼 극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후킹’ 구조가 아니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과 성서 내용을 비평적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한 줄 한 줄 정신줄 붙들고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성경의 내용을 텍스트 그대로 받아들여 온 나 같은 독자에게는 제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거나 역사적 개연성으로 분석하는 작가의 접근 방식이 다소 생소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깊이 와 닿으며,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제자들의 배반과 고뇌를 다루기에, 우리와 똑같이 나약하고 비겁했던 인간적 면모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제자들의 재인식과 참회를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나약하고 비겁한 ‘나 역시 신앙 안에서 변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안에서 답을 찾아보게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책장에 잠들어 있던 <침묵>과 <깊은 강>을 차례로 펼쳐보며, 엔도 슈사쿠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인간 구원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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