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들(앙리 드 뤼박)] 우리는 다르기에 일치될 수 있다

📚서평

[역설들(앙리 드 뤼박)] 우리는 다르기에 일치될 수 있다

베로니카1

2025. 06. 15
읽음 14

언젠가 모 신학자에게 진리는 역설적 표현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앙리 드 뤼박의 <역설들>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게 된 이 책은 사실 조금은 어려웠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나로 하여금 ~~’하고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이 책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에서 발견한 진리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모든 질서 안에서 생명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것, 불가능한 것의 승리다. 살아 있는 신앙도 그렇다. 살아 있는 신앙은 산도 옮긴다. 악순환을 부순다. 신앙은 독()에서 양분을 얻고, 장애물의 힘으로 발전한다. 약해지면 방어는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단해지면 동화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글귀이다. 시간을 거슬러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내가 가장 약하고 내 모든 것이 다 부서졌을 때, 참 하느님을 만났다. 세상살이에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주님께 더 매달려 기도를 드렸고, 그 어려움의 독을 통해 나의 신앙은 더 단단해졌다. 어쩌면 내가 강하고 모자람이 없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약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주님이 내 안에서 더 큰 성령으로 임하신다고 느낀다.

두 번째는 영원 속에서 산다는 것과 우리가 가능한 영원성의 관점에서 만물을 관상한다는 것은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며, 거만하게 분쟁을 초월한 위치에 오르겠다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만물의 중심에 현존하시는 것과 같이, 가장 구체적인 현실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자신의 판단을 하느님의 판단에 맞추어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필요한 경우 늘 상대적인 시간의 관점에 머무르는 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자신을 내어놓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글귀이다. 나는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알게 되면서 관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 글귀를 통해 관상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관상의 신비 속에 들고자 노력했는데, 오히려 세속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중심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판단에 맞추어 생각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세 번째는 다르다는 것은, 그 다름이 심할지라도 서로 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교만이 아니다. 타인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다. 만일 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리고 일치가 의미를 준다면 일치는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름의 인정과 수용 안에서만 다름은 극복되고 일치가 이루어진다.’라는 글귀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즈음 나는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이 마음에 싹트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일치할 수 있다는 문장에 가슴이 철렁 무너지는 듯 큰 울림이 찾아 왔다. 그리고 거울이 없다면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다. 적이 없다면 자신의 결점을 깨달을 수 없다(니치렌)“라는 문장에서 나 역시 상대의 관점에서는 틀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의 굳게 닫힌 생각과 옹졸함을 성찰하면서, 내가 살면서 적을 만나는 순간이 결코 힘이 빠지는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순간이라는 역설적 의미를 얻었다.

이 책에서는 깊은 이유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사람은 깊이 있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깊은 이유를 찾아가는 길은 내가 옳다고 믿었던 사실을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역설에서 우리는 진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진리의 길은 외롭고, 그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고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외롭고 고독한 길에서 진리를 찾고 전하는 사람은 참 하느님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다소 철학적이라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진리에 목마른 자들에게 더 깊고 오묘한 진리의 세계로 초대해 줄 수 있기에, 인생을 열심히 살아 왔지만 잠시 그 방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캐스리더스 김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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