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서평

신앙의 신비여!

무빙워커

2025. 06. 17
읽음 32

역설들

앙리 드 뤼박 저 / 곽진상 역

 

우리 신앙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그분께서는 사람으로 나타나시고 그 옳으심이

성령으로 입증되셨으며 천사들에게 당신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티모테오1 3:16)”

 

신비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현상 따위가 사람의 힘이나 지혜 또는 보통의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묘함이다. 미사를 드릴 때 성찬 전례중 사제가 예수님의 성찬 제정문을 읊으며 신자들에게 신앙의 신비여!’ 라고 선포하면 신자들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라고 환호한다. 이는 성찬 전례 안에서 신앙의 모든 신비,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한 구원사업이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 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것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들은 그리스도교 신앙 진리의 역설적 특징을 중심으로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어떻게 믿어야 하는지를 깊은 신학적 성찰을 통해 신자들에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역자인 관진상 신부님의 지적처럼 역설이 기본적으로 대립적 특징을 전제하고 있지만 신학적 관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설적 특징은 모든 대립이 역설이 아님을 동시성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신앙의 신비는 대립적 실재 사이의 동시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인 동시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비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세례를 받기전 교리 공부를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교리 첫 시간에 본당 수녀님은 예비자들에게 PPT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다. 그 첫 페이지가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옆 말풍선에는 뛰어라라는 글귀가 써있었다. 당시에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이었고, 도대체 뭘 믿고 뛰라는 건지 머리 속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다음 슬라이드에 벼랑 아래에는 천길 낭떨어지가 있는게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손이 있는 그림이 있었다. 즉 벼랑 끝의 나는 벼랑 아래로 떨어질까봐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하느님을 믿고 뛰라는 것이었고, 그때 비로소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교리 공부 기간 내내 이 두 장의 슬라이드가 머릿 속에 맴돌았고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인지 온통 의문 투성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이 두 장의 슬라이드는 더 이상 의문이 아닌 하느님께 향한 믿음과 온전한 의탁이 신앙의 출발임을 깨닫게 해줬다. 이번에 읽게된 역설들은 그때 혼돈스러운 마음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엉킨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가듯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각 주제마다 묵상과 기도를 하는데도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책 제목과 분량이 주는 중압감과 달리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신앙생활 속에서 인간의 이성과 머리로 이해하고자 했던 수많은 아집들을 하나씩 짚어주면서 신앙의 신비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만든다.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지만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정독하려는 부담감보다는 명쾌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주제별로 찾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방법이 드 뤼박 추기경님이 이 책을 집필한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톨릭 교리중 근간이자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가 삼위일체라고 생각한다. 한 분이시면서도 셋이시고, 셋이시면서도 한 분이신 하느님을 뜻하는 삼위일체는 사람의 이성이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 프랑스 앙리 드 뤼박 추기경님이 신앙이 역설인 이유는 신앙의 내용이 신비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앙의 신비여! : 네이버 블로그

  • 본 서평은 교보문고(아이디: trapeze)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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