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안에서의 『역설들』

📚서평

신앙 안에서의 『역설들』

작은꽃유수인

2025. 07. 01
읽음 16

저자 앙리 드 뤼박은 1927년 예수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1929년부터 리옹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로 재직했다. 196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 위원으로 임명되며 정통성을 인정받았고, 공의회 내내 신학을 쇄신하는 데 기여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며, 그를 당대의 가장 뛰어난 신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공표했다.

역설은 서로 대립하는 의견이나 주장을 의미한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무엇에 대한 역설인지, 왜 역설이라고 일컫는지 궁금했다. 저자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은 신학의 역설을 역설 그대로 아니 신앙을 통해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합리주의자들이 상징을 하나의 개념처럼 풀이하여 이해하는 것은 상징 속 내포된 진리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 사람들을 긍휼히 여겨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제자들이 가져온 오병이어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하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어놓아 오천 명이 먹고도 몇 광주리가 남은 것으로 해석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아, 그렇게도 이해할 수 있겠구나'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기적의 신비가 사라져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설들>에서 합리주의자들이 성경 속 상징을 잘못 이해하는 오류로 인해 거룩함의 의미를 경감시키고 사라지게 한다는 대목을 읽으면서야 그 개운하지 않은 마음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저자가 전하는 역설들을 모두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바보처럼 믿는 신앙이 어쩌면 가장 신앙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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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신학은 역설을 신앙의 근본적 특성으로 인식하고 수용한다.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가 역설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역설은 그리스도 신앙 이해의 열쇠다. 드 뤼박은 신학의 일반적 정의로 알려진 '신앙의 이해'를 넘어 '신앙을 통한 이해'를 더 강조한다. 신앙을 통한 이해를 더 강조한 것은 신앙 진리가 내포한 역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역설적 진리의 깊이를 탐구하여 그 안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파헤치기 때문이다.

15) 그렇다면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적 역설성은 우리 신앙인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는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생활과 신학의 정통성을 식별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드 뤼박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오해하거나 잘못 대하는 여러 사조에 강력히 저항하는 것이다. 특히 합리주의적 실증주의 아래서 그리스도교 상징을 비현실적인 것, 실재하지 않는 것, 환상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오류에 강력히 맞선다. 개인이나 세상의 종말에 관한 실재 역시 감추어진 신비이며, 이 신비들이 상징적인 표상들로 표현되기 때문에 상징을 통해서만 그 참된 실재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합리주의자들은 이러한 상징을 하나의 개념처럼 이해하면서 상징 속에 내포된 진리를 파괴한다. 초자연적인 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축소한다. 그러나 신앙인은 개념 속에 가둘 수 없는 '거룩한 신비들', 예컨대 하느님의 거룩함, 교회의 거룩함에 대한 상징적 표현을 중시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포착하려고 노력한다. 성사는 비현실적이라는 의미에서 상징이 아니라 상징이 지시하는 그 실재를 실제로 보여 주는 한에서 성사이기 때문이다('거룩함의 의미가 경감되고 사라지는 내적 이유들'을 보라).

121) 지금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역설은 이것이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

오늘날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썼던 것처럼, "내가 여러분에게 진리를 말한다고 해서 여러분의 원수가 되었다는 말입니까"(갈라 4,16)라고 말하며 놀라지 않을 것이다.

247) 나는 여기저기서 신약 성경 저자들 사이의 신학이 서로 불일치한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신학이 서로 일치하는 것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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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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