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의 시대 공감

📚서평

사제들의 시대 공감

도연 안젤라

2026. 08. 15
읽음 4

우리는 때때로 신앙이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기도를 꾸준히 하고, 하느님의 뜻을 잘 받아들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기도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하느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흔들리지 않는 신앙보다, 삶의 질문과 한계를 가지고도 어떻게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여섯 사제가 시련과 하느님의 침묵, 인간의 한계, 사랑과 상실, 삶의 굴곡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한 권으로 엮었습니다. 각각의 글은 서로 다른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하느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여러 고민에 대한 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려움을 신앙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함께 걷게 됩니다.

그 시작에는 ‘하느님의 침묵’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으면 하느님께서 나를 외면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하느님의 침묵이 그분의 부재가 아니라 더 깊은 대화가 시작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계속 말을 건네는 것, 그리고 그분의 응답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찾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알 수 없는 하느님의 뜻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것, 그것이 바로 ‘의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나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의 ‘사랑, 그늘진 자리에 비추는 빛’에서는 미움과 상실, 관계의 상처를 지나 사랑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특히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상처를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무조건적인 감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의탁은 단순히 내가 가진 문제를 하느님께 맡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결국 ‘나의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부모님이나 공동체를 통해 하느님을 배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삶 안에서 그분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믿는 하느님이 아니라 내가 기도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원망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신앙은 누군가에게서 배운 것을 그대로 간직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두려움 역시 단순히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것을 잃을까 두려운 순간에 비로소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시련과 한계, 관계의 상처와 두려움은 신앙을 흔드는 장애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생활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기도하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답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의탁하기보다 내 힘으로 해결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삶의 모든 질문에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그 질문을 하느님께 다시 가져가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시련과 상처, 두려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들마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바라보며 다시 기도하고 사랑할 힘을 건네주기에 신앙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거나 삶의 시련 속에서 하느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교보 3021505

『사제들의 시대 공감』 서평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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