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힘

복음의 힘

민지글라라

2026. 06. 15
읽음 5

저는 성당에서 여러 봉사를 해왔지만, 정작 성경을 가까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독서와 강론 시간에는 멍하니 있거나 다른 생각을 하기 일쑤였고, 스무 살 무렵 창세기를 배우면서는 “여성에게 너무 불리한 이야기가 아닌가, 오래된 책이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성경을 덮어두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저에게 성당은 신앙의 자리라기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교의 장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봉사를 하면서도 자주 지치고,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저는 계속 성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약 3년 전, 지금의 본당에서 만난 부주임 신부님을 통해 복음 나눔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다른 부분에서는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셨지만, 복음 나눔만큼은 분명한 기준을 세우셨습니다. 그날의 복음을 읽고 예수님과 제자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까”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좋아하는 신부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을 뿐이었지만, 신부님이 떠나신 뒤에도 저는 2년 동안 매일미사를 읽으며 스스로 복음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복음은 단순히 지켜야 할 가르침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레오 14세 교황님의 《복음의 힘》은 복음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며, 그 힘은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복음을 통해 제 마음의 상처와 연약함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게 되었고, 사람과 봉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십자가처럼 느껴졌던 봉사가 이제는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매일미사 안에서 그날 나에게 필요한 말씀을 발견하면, 상황은 그대로여도 제 마음은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그 일이 나를 무너뜨리는 사건만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바로 복음이 가진 힘이라고 믿습니다. 복음은 제 삶을 바꾸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만남 속에서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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