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숨결

성경 이야기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숨결

2025년 6월 8일 성령 강림 대축일

2025. 06. 06
읽음 5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며 ’(프네우마)을 거두셨는데(요한 19,30 참조), 이는 부활하시어 성령을 주실 것이라는 예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요한 20,22 참조). 실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시기 전에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루카 24,49)을 보내 주겠다고 약속하셨고, 이 약속은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지 50일째 되는 날, 곧 오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1독서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사도 2,2-3)

 

사도행전의 저자는 성령께서 오심을 바람불꽃 모양의 혀라는 가시적 사건으로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바람은 세상 속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힘을, ‘불꽃 모양의 혀는 성령의 현존을 상징합니다. 성령께서는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이들에게 내리시어 그들에게 다른 언어로 하느님의 위업을 증언할 능력을 주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온독실한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자기 언어로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사도 2,4-11 참조).

 

성령 강림을 체험한 사도들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바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성령을 보내신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루카 24,47)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요한 20,22 참조).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첫 번째 창조 때 사람에게 성령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신 것처럼(창세 2,7; 시편 104,29-30; 지혜 15,11 참조), 예수님께서는 부활, 곧 새로운 창조를 통하여 성령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고자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주는 성령을 받았기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성령을 나누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령을 받은 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첫 번째, 용서하는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두려워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를 빌어 주고 숨을 내쉬며 성령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이라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듯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죄를 용서할 때, 우리는 그 사람과 진정으로 화해를 이룰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일치를 이루는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2독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7)

 

성령께서는 다양한 은사를 나누어 주시는데(1코린 12,8-11 참조), 이 성령의 은사는 무엇보다 공동체의 유익, 공동선을 위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공동선에 해악을 미치는 사람은 진정으로 성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용서와 화해, 평화와 일치는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원하시는 모습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기까지”(요한 13,1; 15,13 참조) “우리를 사랑하신 그리스도처럼 형제들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는 내적인 힘이며 성부의 사랑을 세상 앞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9)이시기에,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화답송)

Profile
수원교구 사제.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 양성’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신학생들과 함께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어리게 느껴졌던 신학생들이 양성을 마치고, 사제 서품 후 파견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학교 양성자로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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