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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만선의 해
올 5월, 새 교황을 맞이하며 기쁨 속에서 전 세계가 다시 한번 하나로 모였습니다. 💒 흰 연기가 피어오르던 순간, 성 베드로 광장을 울린 환호성, 그 안에 가득 담겨 있던 설렘과 희망…….
새로운 시작이라는 은총을 가득 안고, 2026년을 향해 열린 교회의 길을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걸어가 보아요. 🚶🚶 |
바티칸 광장으로 모이다
2025년 5월 8일 콘클라베 둘째 날, 네 번째 투표가 끝났습니다.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솟아올랐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은 기쁨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로마의 모든 성당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종소리를 들은 로마의 신자들과 순례객들은 성 베드로 광장을 향해 너도나도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저는 함께 근무하는 한 이탈리아 신부님과 서둘러 바티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서두른 덕분에, 흰 연기가 솟아오르던 순간 광장의 맨 앞줄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인 복음화부의 전신은 1622년 설립된 포교성성으로, 최근 복음화부로 명칭이 바뀌기 전까지는 인류복음화성으로 불렸습니다. 스페인 광장에 위치한 이곳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걸어서 약 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든 교황청 건물이 바티칸 안에 있고 교황청에서 일하는 모든 신부가 바티칸 안에 거주할 것이라 생각하는 신자분들은 조금 놀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교황청이 지금의 바티칸이라는 자리에 있게 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바티칸이라는 명칭 또한 엄격히 따지면 성 베드로 성당이 있는 주변 언덕을 가리키는 지명이며, 특별한 교회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19세기 중반 이탈리아가 통일되던 때, 지금은 이탈리아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는 당시 교황궁 가까이에 저희 부서가 세워졌습니다. 설립 당시에는 교황궁과 가장 가까운 자리였지만, 교황 국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탈리아의 통일과 라테란 조약이라는 사건을 거치면서 20세기 초 탄생한 바티칸 시국에서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 부서에는 2명의 차관 대주교님이 있습니다. 흰 연기가 솟아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부서에 남아 일을 하고 있던 이 두 분도 발걸음을 서둘러 새로 탄생하실 교황님을 맞이하러 가고자 하셨습니다. 1차관 대주교님이 차에 시동을 걸던 순간, 2차관 대주교님이 불쑥 입을 여셨습니다. “지금 로마의 온 도로가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차로 가면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두 명의 대주교님은 차에서 내려 헬멧을 쓰고 스쿠터에 올라탔습니다. 수단을 휘날리며 로마 시내를 지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하셨지요. 새 교황님의 탄생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가 스쿠터를 타고 수단을 휘날리며 로마 시내를 활보하는 두 대주교님을 볼 수 있을까요?
레오 14세 교황님을 뵙다 ①
레오 14세 교황님의 첫인사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끊임없이 평화에 대해 말씀하시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의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우선적으로 선포할 것”,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적 회심”, “(주교단이 함께 결정하는)단체성(collegiality,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22항 참조)과 시노달리타스의 증진”, “신자들의 신앙 감각에 대한 관심, 특별히 대중 신심에 대한 관심”,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 어린 배려”, “오늘날의 세상과 그 세상의 다양한 실재들과 나누는 용기 있고 확신에 찬 대화”와 같은 주제를 당신 교황 재위 기간 동안 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셨습니다.
교황님과 함께한 지 이제 막 반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교황청에 파견되어 소임을 맡으면서 교황님을 위해 봉사하고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부 부처 공무원이 대통령을 늘 볼 수는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일하다 보면 먼발치에서라도 교황님을 뵐 수 있고, 그분 말씀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 가운데 제 마음에 남았던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교황청 전 직원들과의 만남에서였습니다. 교황 선출 약 2주 뒤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황님은 첫 만남을 열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첫 만남은 당연히, 어떤 준비된 연설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저에게 이 시간은 무엇보다 여러분이 수행하고 있는 봉사에 고맙다고 말씀드릴 기회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봉사를 제 전임자들로부터 이어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말씀을 이어 가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저는 여기 교황청에 고작 2년 전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를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하셨을 때, 저는 페루의 치클라요교구를 떠나 이곳 교황청에서 일하러 왔습니다. 얼마나 큰 변화입니까!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드렸던 말씀 말고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십니다.’(요한 21,17 참조) 교황들은 지나가지만, 교황청은 남습니다. 교황청은 교회와 그 주교들의 직무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고 전수합니다. 이는 정말 중요합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조직에서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기억은 단지 과거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기억 없이 우리는 길을 잃어버립니다. 길을 걷는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이때 그곳에 모인 모두가 너나없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박수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윗사람이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을 바로 아랫사람들에게 제시하곤 합니다.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방향에 맞추기를 요구하기 쉽습니다. 더구나 그 자리가 최고 결정권자의 자리라면, 이와 같은 방식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 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처음으로 보여 주신 모습은 솔직함과 겸손함이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지만, 어떤 사람은 이 정도 시간이면 알 만한 것을 다 알았다고 판단하며 곧바로 자신의 계획을 실현할 청사진을 제시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은 로마 교황청이 간직한 기억의 가치를 존중하셨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겸손함과 솔직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할 줄 아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그분께 내맡기고 의탁하실 줄을 아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직무를 시작하신 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시작한 개혁을 레오 14세 교황님이 더 빨리 추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들을 왜 단죄하지 않는지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황님이 보여 주신 모습은 일방적으로 단죄하거나 일방적으로 길을 제시하고 앞장서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겸손하게 청하고 경청하는 모습, 다른 의견을 가치 있게 여기며 함께함에 감사하는 모습,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의탁하며 천천히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아프리카 격언 중에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사랑하는, 그 누구보다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믿고 그분과 함께 저 멀리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을 함께 걷자고 초대하십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을 뵙다 ②
두 번째는 새 주교님들 연수 때였습니다. 전 세계에는 3000여 개의 교구가 있습니다. 그중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교구 1600여 개의 주교 임명 업무는 주교부에서 담당하고, 250여 개 동방가톨릭교회 교구의 주교 임명 업무는 동방교회부에서 담당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소위 ‘선교 지역’의 교구 1200여 개의 주교 임명 업무는 저희 부서 소관입니다.
해마다 새로 임명된 주교님들은 열흘에서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로마에 모여서,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주님의 새로운 부르심을 함께 묵상하고 친교를 굳건히 합니다. 작년부터 전체 일정 중 일부는 전 세계의 모든 주교님들이 함께 모여 진행하고, 나머지는 각 담당 부서의 소관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새 주교님들이 함께하는 일정 가운데 하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임명된 주교님들이 교황님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저희 부서에서 새 주교님들 연수와 관련된 업무도 담당하는 터라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새 주교님들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 주셨습니다. 연설은 짧게 하시고, 새 주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매우 긴 시간을 할애하셨습니다. 주교님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질문을 끝까지 경청하셨습니다. 어떤 주교님들은 민감한 사항과 어려운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하셨고, 다른 주교님들은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 모든 질문 하나하나에 형제와 같은 모습으로 진솔하게 답하셨습니다. 어려운 질문이라고 피하거나 형식적인 수사로 넘어가는 법이 없으셨고, 개인적인 질문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기지도 않으셨습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이 만남은 시간이 부족해 모든 질문을 다 나누지는 못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참석하셨던 모든 주교님들이 저와 같은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교황님은 아랫사람들과의 시간을 적당히, 형식적으로 흘려보내기보다 형제들을 사랑하는 큰형과 같은 모습으로 그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 주셨습니다. 이 만남의 시간을 보낸 뒤 교황님께서는 200여 명에 가까운 모든 새 주교님들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레오 14세 교황님과 함께한 시간은 이제 막 6개월을 넘겼습니다. 희년 중에 새 교황으로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은 수많은 희년 행사와 만남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시작하시고 레오 14세 교황님이 완성하신 첫 교황 권고 〈나는 너를 사랑하였다〉도 반포되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교회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특유의 온화함과 겸손함으로 경청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전 세계의 교회에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예수님을 향한 신뢰 안에서 식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레오 14세 교황님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기대됩니다.
2025년 ‘희망의 순례자’ 희년이 끝나 가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님처럼 겸손하고 솔직하게 우리 자신을 열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내 주변의 이웃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 그리고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향한 희망을 되새겨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