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회개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사용되는 회개는 마음을 고쳐먹는다는 각오의 의미보다 ‘돌아가다’ ‘인지하다’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שׁוּב(shuwb)’라는 동사가 사용되는데, 이 용어는 ‘돌아가다’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장소나 사람으로 돌아가는 귀환을 묘사하지만, 선하신 하느님에게 되돌아가거나, 복원의 맥락으로도 사용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당신이 보시니 좋게 창조하셨고,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되돌아간다는 것은 보기 좋았던 원래의 상태, 하느님의 모상으로 복원되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받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희망이 담긴 단어가 shuwb라는 단어입니다. 죄인을 처벌한다는 단죄의 의미보다는 죄가 용서되는 화해와 회복의 의미가 더 깊게 담겨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너의 악행들을 구름처럼, 너의 죄악들을 안개처럼 쓸어버렸다. 나에게 돌아오너라. 내가 너를 구원하였다.”(이사 44,22) 결국 하느님은 인간의 죄를 단죄하기보다는 악행들을 용서해 주시는 가운데, 구원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신약 성경에서는 회개를 μετάνοια라고 쓰는데, 이 단어의 어원은 μετανοέω라는 동사입니다. 이 단어는 접두사와 동사가 합쳐진 단어인데, μετα(~에 관하여)+νοέω(인지하다, 관찰하다, 알아차리다), 즉 어떤 것을 관찰하고, 인지해서 알아차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적인 면이 담겨 있지만, 성경에는 좀 더 도덕적, 영적 변화를 강조합니다.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의 설교에서도 회개는 단순히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삶의 근본적인 전환이 강조됩니다. 과거의 잘못을 알고,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헌신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보면(루카 15,17),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아버지의 품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알게 되면서 아버지께 돌아갑니다. 이렇게 회개는 하느님의 품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이 기쁨 속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개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신약 성경의 단어처럼, 알아야 합니다. 즉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하느님의 뜻과 내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성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미사 때마다,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며 외치는 고백이 바로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죄의 인정으로 수치심이 유발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의 하느님께서는 인정하고 당신께 돌아오는 우리를 용서해 주시고, 회복시켜 주실 것이기 때문에,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은 내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되찾은 아들 비유에서도 아들이 아버지께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다시 받아 줄 것이라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죄인임을 인정했다면, 하느님 뜻에 어긋나게 살았다는 슬픔이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회개한 코린토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슬픔은 회개를 자아내어 구원에 이르게 하므로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2코린 7,10)
그러나 슬퍼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다시는 이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합니다. 이 다짐은 한 번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야 하며, 기도 안에서 성령께 도움도 청해야 합니다.
또한 회개하지 않는 이의 멸망은 주님께서 단죄하였다고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회개하지 않아 생명의 하느님, 은총의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자신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무식하고 믿음이 확고하지 못한 자들은 다른 성경 구절들을 곡해하듯이 그것들도 곡해하여 스스로 멸망을 불러옵니다.”(2베드 3,16)라는 말처럼, 스스로 생명이신 하느님을 단죄의 하느님으로, 희망의 하느님을 절망의 하느님으로 만들어 자신이 자신을 멸망의 길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제 구원의 하느님, 용서의 하느님을 믿고 나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슬퍼하는 가운데, 진정한 회개의 길 속에서 참된 희망과 기쁨의 삶을 만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