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 레오 14세 교황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Missa pro custodia creationis)’를 집전했습니다. 이 미사는, 경신성사부가 마련하고 교황이 승인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에 사용되는 전례문과 독서”들에 따라, 교회가 공식적으로 거행한 ‘첫 미사’입니다. 이 전례문들은 《로마 미사 경본》의 “여러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드리는 기원 미사와 기도” 부분에 공식적으로 첨부될 예정입니다.
교황의 행보는 우리 삶의 자리를 바라보게 합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크고도 시급한 고민 한 가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미사를 위해 마련된 전례문들은 소중한 의미들을 담고 있습니다.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를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는 것,
인간은 하느님께서 선하게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성령의 숨결을 인식하고 그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빵과 포도주는 본래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피조물)이라는 것,
이를 봉헌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노력으로 피조물을 관리하고 열매를 내어 당신께 다시 드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행위라는 것,
일치의 성체성사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신비롭게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다시금 선물로 주신다는 것,
이 선물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형제자매들이 친교를 이루게 하시며 동시에 모든 피조물과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는 것.
전례 안에 자리 잡은 피조물에 대한 관심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이 강조하듯,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거행에서 드러나는 주제 의식과 의미들은 그저 전례문을 만들어 내려고 새로 고안해 낸 사상이 아닙니다. 피조물에 대한 관심은 가톨릭 전례 예식에 늘 자리 잡고 있고, 확연히 드러납니다. 모든 전례의 중심, 곧 성찬례를 거행할 때, 늘 창조의 신비를 기념하기에 그렇습니다.
아버지께 드리는 거룩한 희생 제사 성찬례는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와 함께, 또한 그 안에서, 하늘과 땅을 하나로 결속해 줍니다. 성령으로 하나 되어 올려 드리는 감사의 제사 성찬례는 피조물을 친교로 이끌고, 바로 그 친교 속에 하느님 은혜와 구원을 전달하고 널리 퍼지게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성찬례 거행의 은혜를 받고, 그에 힘입어 각자 삶의 자리로 되돌아가 구원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전례는, 특히 그 ‘거행’의 기도들은, 삶의 자리가 혼란스러울 때 하느님 뜻에 맞갖은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에 사용할 기도 법칙(lex orandi), 곧 교회의 공식 전례문을 확정함으로써, 이제는 피조물을 향한 하느님 뜻 식별을 위한 믿음의 법(lex credendi)과 그 뜻에 따라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법(lex vivendi)까지도 공고해질 것입니다.
여기에는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대 삶의 자리에 대해 선임 교황이 성찰한 내용들을 기도하는 법에 담은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 삶에 필요한 기도 법칙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반포하신 전례서들은 로마 예법의 기도 법칙(lex orandi)의 유일한 표현이다.”(<전통의 수호자들> 제1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오늘날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도록 마련하신 전례 유산들을 조금씩 찾아보려 합니다.
참고문헌
-1970년 전례 개혁 이전의 로마 전례 사용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자의 교서, <전통의 수호자들(2021년 7월 16일)>.
-교황청 경신성사부,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에 사용되는 전례문과 독서에 관한 교령(2025년 6월 8일)>.
-Missa pro custodia creationis, exemplar originale. (주교회의 홈페이지 제공)
기사
-‘교황, 피조물 보호를 위한 첫 미사 집전 (7월 9일)’, https://www.vaticannews.va/ko/vatican-city/news/2025-07/custodia-creazione-culto.html
- ‘Il 9 luglio la prima Messa per la custodia della Creazione celebrata dal Papa’, https://www.vaticannews.va/it/vaticano/news/2025-07/ecologia-integrale-papa-celebrazione-formulario-culto-divin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