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채워야 산다고 요구하는 세상, 자기를 버려야 산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신학 칼럼

자기를 채워야 산다고 요구하는 세상, 자기를 버려야 산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예수님께 드리는 감사 챌린지가 가져온 변화

2025.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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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지트에서 만난 친구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처음 만났을 때 그 친구는 중2였습니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거나 어리숙해 보이면 자기보다 형이어도 괴롭히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지요. 제가 몇 차례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교회를 다녔는데 아버지가 일하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는데,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다고 했습니다. 집에 먹을 것도 없을 때가 있고요. 종종 여러 가지 식재료와 의류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중1까지 방에 종일 있으면서 게임만 하고 밖으로 안 나오다가 중2때 우연히 이 아지트에 오던 친구들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아들이 밖에서 친구들을 만난다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였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늦게 들어오고 비행을 저지르며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학교에서 연락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 친구는 점점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어 자퇴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기 초부터 반 친구와 시비가 붙어 싸웠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대들어서 결국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져 자퇴했지요. 점점 삶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와 교제하고 있었는데, 몇 달 뒤 선배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기면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여자친구는 가출한 상태여서 어머니 허락을 받고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격은 더 컸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일어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약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매일 집에서 얼굴을 보며 지내다 보니 급기야 자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잦았지요. 저는 오랜 시간 상담하면서 달래기도 했지만 그 상황은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지금 병원에 다니고 약도 먹고 있지? 그래도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지고 있잖아? 이전에 너는 교회에 나갔다고 했는데, 다시 예수님께 가 보지 않겠니? 너도 신앙을 가졌으니 예수님께 가서 기도를 해 봐라.”

 

저 역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예수님께 가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친구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거짓말처럼 잘못을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연락도 끊어지고, 아지트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5월 어느 날 메시지가 왔습니다.

 

신부님, 저 고교 검정고시 합격했습니다.”

 합격증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전화를 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축하한다. 큰일 했네. 잘 지내? 요즘은 어떻게 지냈어?”

 

이제는 더 이상 우울감을 느끼지 않아 약도 끊고 병원도 안 다닌다고 하더군요. 다른 문제도 모두 해결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요즘 왜 아지트에 안 와?” 그러자 그 친구가 신부님, 저 이제 다시는 예수님 앞에서 죄짓고 살고 싶지 않아요. 그 친구들이 밉진 않지만 만나면 그런 기회들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해요. 아지트 가면 그 친구들이랑 자연스럽게 섞이잖아요?”

 

사실 놀랐습니다. 교회를 다니고 새벽 기도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런 변화가 생겼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저는 진지하게 이 친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제 막 신앙으로 일어섰기에 여기서 보다 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친구니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개신교 목사님들의 좋은 설교들이나 콘텐츠들을 찾아서 직접 시청하고 식별해서 보내 주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친구는 잘 받아먹었습니다.

이 친구가 잘 소화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지, 일상을 함께하고자 매일 하루 3가지 감사 챌린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일상의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 어떤 소재든 예수님께 감사드릴 3가지를 찾아 매일 보내는 것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놀랍도록 변화된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감사 챌린지 13감사 내용 중 하나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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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친구와 명동을 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잠깐이었지만 명동성당으로 가서 함께 기도드린 뒤 예수님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친구를 위해 중보기도를 했습니다. 친구와 그 가정에 예수님께서 계시길 기도드렸는데 즐거운 명동성당을 경험하게 해 주시고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주님과 대화할 시간을 가지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2. 오늘 명동에서 처음으로 베푸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숙자 여섯 분이 계셨는데, 저희 집은 매우 가난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돈을 나눔으로써 그들이 오늘 하루 조금이나마 식사를 할 수 있게 도와드렸습니다. 저를 통해 다른 이가 예수님을 알게 하시고 저 역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3. 김장 중에 다친 사람이 없게 하시고 도중이지만 잠깐이라도 교회에 들러서 제가 맡은 일을 하고, 전도사님들을 도와 작은 것이라도 섬기게 하셨습니다. 맡은 일을 오늘도 잘 끝내도록 도와주시고 짧은 시간이라도 주님을 위해 봉사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보시면서 어떠셨나요? 무엇이 이 친구를 변화시켰을까요?

성경을 보면 예수님의 인생 여정은 자기버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종국에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를 다 쏟으시며 모든 것을 내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그렇게 예수님의 완전한 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그러나 세상은 자아를 채우라고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신비는 반대입니다. 자아를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 앞에 내어 드려야 합니다.

 

이 친구의 삶의 변화는 자신을 내려놓고 예수님께로 간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기도드리면서 예수님의 뜻을 알려고 성경 말씀을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내린 결단은 죄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었고, 이전의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으며, 교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다음으로는 성경 말씀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깨달은 바를 실천하고자 애를 쓴 친구입니다.

 

세상은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면서 자아를 채우라고만 인도합니다. 자아가 꽉 차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가르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우리 안에 채워야 할 분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을 따릅시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인 서울아지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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