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을 발견하는 사랑스러운 눈길

영성과 신심

‘예쁨’을 발견하는 사랑스러운 눈길

예쁨의 본질

2026.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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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성당을 옮기게 되었다. 한 해 빨리 움직이게 된 인사 이동 덕분에 신자들과 진한 이별을 했다. 연차가 높아지면 이별에 초연해져서 아무 일 없는 듯 미련 없이 훨훨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한 해 빨리 이동한 부임지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천천히 나름대로 생활 리듬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원하고 탁 트인 실내와 저수지가 보이는 경관은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이곳에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가 없는 목요일 오전에 새벽 공부와 성당 행정 업무를 마친 후 이곳에서 잠시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달콤한 계획도 세웠다.

 

며칠 후 달콤한 상상과 기대를 안고 카페에 방문했다. 음료와 빵을 주문해 내가 간택한 자리에 앉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료를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한 커플에 의해 경관이 가려졌다.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수많은 빈자리가 있음에도 왜 하필 내 앞에 앉는 것일까. 나의 소중한 휴식을 빼앗으려고 일부러 그 자리에 앉은 걸까. 속이 점점 좁아졌다. 두 사람이 신나게 대화하며 즐거운 모습이 얄밉게만 보였다. 그런 좀생이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 명당은 누구에게나 명당이다.

 

내가 앉은 자리는 누구에게나 경관이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탁 트인 넓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여유로운 저수지의 모습. 밀도 높은 잠깐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풍경을 욕심낼 만했다. 지금 이 풍경을 즐기지 못한다면, 다음에 내가 저 자리에 앉아 풍경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유치한 토라짐이 가라앉았다.

 


 

둘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자리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다. 누군가 내 앞을 가리는 것이 싫으면, 내가 그 자리에 앉거나 자리를 옮기면 된다. 이 생각으로 자리를 약간 이동했고 새로 접한 경관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수지의 고요함이 더 잘 보였다.

 


 

셋째, 무엇이든 나의 의지가 중요하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 문뜩 떠올랐다.

 

예쁨의 본질은 너의 예쁨에 있지 않고 너를 예쁘게 보려는 나의 의지에 있다.

 

처음에는 그들이 마치 나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하는 방해꾼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니 알콩달콩 서로를 챙기며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5분 사이에 나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그들도 나처럼 좋은 자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겠구나라는 내 생각의 각도가 달라진 것이다. ‘너도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각도의 전환이 유치한 토라짐을 여유롭게 바꿔 놓았고, 방해꾼을 사랑꾼으로 보게 만들었다. 5분 전 졸렬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는 보려고 하는 대로 보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전환한다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나는 성당으로 돌아와 카페에서 일을 소재로 썼던 시를 다시 꺼내 보았다.

 

예쁘게 봐야 예쁘다

고맙게 봐야 고맙다

 

사랑스럽게 봐야

사랑스럽다

 

그렇게 봐야 그렇다

― 조남구, 〈그렇게 봐야 그렇다〉

 

오늘은 더 많은 신자를 예쁘게 보려고 하는 나의 의지를 정비해야겠다. 예쁨의 본질은 그렇게 보려고 하는 나의 의지에 있으니 말이다.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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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수원교구 사제. 공도성당 주임 신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엠플렉스’라는 밴드에서 보컬과 일렉 기타를 맡아 활동했으며, 현재는 잠시 휴식 중입니다. 유튜브에서 ‘밴드 엠플렉스’를 검색하시면 지난 활동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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