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하느님에서 나의 하느님으로

신학 칼럼

아브라함의 하느님에서 나의 하느님으로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 체험

2025. 0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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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구 사제로서 보면 조금은 다른 사제 생활을 했습니다. 2004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본당 경험은 보좌 신부로 신림동성당(현재 서원동성당)에서 2, 방배4동성당에서 1년을 사목하다가 군종으로 발령을 받아 두 번째로 군대를 가게 되었지요. 소위 ...” 문화가 체질에 맞지도 않았고, 두 번이나 군대를 간다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단기만 하고, 4년 뒤에 제대했지요. 저는 당연히 본당으로 발령받을 줄 알았지만 20128,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에서 사목하게 되었습니다.

 

66개월이 흐른 뒤, 또 다른 소임이 저를 기다렸습니다. 지금의 서울대교구장이신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당시에는 보좌 주교님)께서 201811월에 했던 면담에서 위기 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교회가 사목해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버스를 이용해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다니라는 소임을 주셨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순명했지요. 현재 6년째 서울아지트’(아이들을 지켜 주는 트럭)라는 버스를 몰고 다니면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학이나 청소년지도학 등 교육과 관련된 전문적인 학위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제 생활을 돌아보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20년간 사목해 왔습니다. 거룩하신 주님께서 그렇게 이끄셨겠지요. 이제부터 주님께서 함께하신 여정 속에서 열어 주신 신앙의 증언을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마태 22,32)

 

20128월부터 대학교사목부 소속으로 봇짐을 매고 서울에 있는 여러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미사는 가톨릭학생회 동방이나 강의실에서 진행되기에 미사 봇짐을 항상 짊어지고 다녔지요. 지방에서 올라와서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그 친구들은 개강미사나 종강미사 때 만나지요. 미사 전 고해성사를 보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주일의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마음으로부터 사랑하고, 내 영혼의 주인으로 모신다면 주일 미사가 아니라 매일 미사도 스스로 참여하게 됩니다. 또 이 친구들은 부모님의 신앙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부모님의 신앙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해 온 것이 자신의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속을 주기 전 훈계할 때, 저는 가져야 할 마음의 길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른이 된다는 건 부모님의 하느님에서 나의 하느님으로!”라는 근간이 되는 지침입니다.

 

이사악의 여정도 아브라함의 하느님에서 나의 하느님의 여정이었습니다. 야곱의 하느님이 되는 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 에사우와 아버지 사이에서 많은 일이 있었으나 결국 하느님을 만나고 야곱에서 이스라엘이 됩니다.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광야라는 척박하고 온갖 영적인 위험 요소가 많은 곳에서 불기둥과 구름 기둥을 따라가는 아주 중요한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입시 준비에만 온 힘을 다하고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됩니다.

 

제가 만난 친구 중 특별한 친구가 있습니다. 예쁘장했는데 왜소한 체구를 가졌습니다.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말이지요.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신장 수술을 한 후 이상이 생겨 매주 2, 6시간씩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 삶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기억하고 묵상하는 영적으로 민감한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제가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분노가 올라와서 그런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아.”라고 말했는데 옆에서 듣고 있다가 신부님, 사랑을 무시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친구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을 사랑해서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본당에서 찬양 미사 봉사를 합니다.

 

그 친구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맞는 신장 기부자를 찾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학교도 2년을 넘게 쉬어야 했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모든 것을 주님을 바라보면서 이겨 냈습니다. 2019, 제가 서울아지트 버스 업무를 마친 새벽 240분경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였으면 잠들었을 시간인데 그날은 우연히 봉사자들과 맥주 한잔하며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받아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신부님, 저 일치하는 기증자가 나타났어요. 지금 바로 병원에 갑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13년의 기다림 끝에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주님을 성실하게 기쁨으로 섬기면서, 26시간씩 평생 투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에도 주님을 찬양했고, 사랑의 힘을 믿었으며, 대학생연합회 교구 임원으로 1년 내내 헌신했습니다. 그 친구는 그렇게 나의 하느님을 만나서 살았고 성실한 주님의 자녀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식받은 지도 5년이 다 되었습니다. 힘든 코로나 시기도 무사히 이겨 내고 건강한 몸으로 이전보다 더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합니다. 일상에서는 세상을 막 창조하신 에덴동산의 느낌이 드는 자연의 모습을 작품으로 내며 화가로서의 역량을 주님의 은총 속에서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굴곡이 있고,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이 여정들을 걸을 때 무엇을 바라보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기둥과 구름 기둥을 따라, 모세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따라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불기둥과 구름 기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녀를 둔 부모님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다음이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순서를 잊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창조하신 가정, 원죄로도 노아의 홍수로도 책벌한 적이 없는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가정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에서 이사악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에서 야곱의 하느님, 그리고 나의 하느님이라 고백할 수 있도록 젊은이들의 영적인 눈과 귀를 열어 줍시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인 서울아지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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