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신자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습니다.
“신부님도 월급 받으세요?”
신자들이 자주 궁금해하면서도 선뜻 묻지 못하는 질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 물음은 사실 사제직에 대한 세속적 이해와 신앙적 이해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을 드러냅니다.
많은 신자들은 본당 신부를 ‘하느님의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직업과 임금의 논리 즉, 세속의 기준으로 사제를 바라보는 것을 어색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단지 신부가 생활비를 받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사제직이 교회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교회가 사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제는 왜 보수를 받는가?
우선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한 3서 1장 5절 이하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는 형제들을 위하여, 특히 낯선 이들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든 다 성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회 모임에서 그대의 사랑에 관하여 증언하였습니다. 그들이 하느님께 맞갖도록 그대의 도움을 받아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길을 나선 사람들로, 이교인들에게서는 아무것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러한 이들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교회의 선교 사명에 헌신하는 이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정당하고 마땅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 1서 6장 8절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라고 말하며, 성직자가 단순한 금욕을 넘어 필요한 만큼만을 받고, 나머지는 복음적 사목을 위해 사용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교회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성직자들은 교회의 교역에 헌신하고 있으므로 그 임무의 성질 및 장소와 시대의 조건을 고려하여 자기 조건에 맞는 보수를 당연히 받고, 이로써 그들이 자기 생활의 필요뿐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봉사를 하는 이들의 공정한 임금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교회법전》 제281조 제1항은 성직자의 보수의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보수의 전제는 ‘교회의 사명에 대한 헌신’입니다. 이는 단순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에 응답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정당한 생활 보장입니다.
둘째, 보수는 사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해야 하며, 사제가 사목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제 개인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봉사하는 이들(사무장, 관리장, 본당 수녀님들 등)에게도 공정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보수’라는 단어는 라틴어 ‘remuneratio’의 번역입니다. 이 단어는 명사 ‘응답reponsio’과 동사 ‘직무를 수행하다muneratio’가 결합한 복합어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단순히 임금이나 월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사명munus’에 대한 응답으로서 주어지는 생활 보장을 의미합니다.
‘보수’는 일반적인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retributio’와는 구별됩니다. ‘Retributio’는 노동의 대가라면, ‘remuneratio’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이에게 공동체가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사제직은 ‘직업job’이 아니라 ‘사명mission’이며, 교회는 이 사명에 응답한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을 지닙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제를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보내진 사람missus’으로 이해합니다. 사제에게 제공되는 보수는 그 사명의 지속 가능하도록 돕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 교회는
역사적으로 교회는 이러한 원칙을 충실히 지켜 오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시모니아Simonia’, 즉 성직 매매입니다.
‘시모니아’라는 용어는 사도행전 8장에서 마술사 시몬이 성령의 은사를 돈으로 사려 한 사건에서 유래합니다(사도 8,18-20 참조). 중세 교회에서는 고위 성직(주교직, 수도원장직 등)이 금전으로 거래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심지어 돈만 내면 사제 서품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패는 사제직을 하느님의 부르심이 아닌, 경제적 이익과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결국 사명감 없이 임명된 성직자들이 교회에 해를 끼치면서 교회의 신뢰는 떨어지고, 비극적인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훗날 종교 개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됩니다.
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공의회를 통해 ‘시모니아’를 엄중히 단죄하였습니다. 특히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년)는 성직 매매를 철저히 금지하며, 성직은 하느님의 은총에 따른 부르심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현행 《교회법전》에서도 이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성직 매매로 이루어진 직무의 서임은 법 자체로 무효다.”(《교회법전》 제149조 3항)
“성직 성물 매매 행위로써 성사를 거행하거나 받는 자는 금지 제재나 정직 제재 또는 제1336조 제2-4항(명령 처분, 금지 처분, 박탈 처분)에 언급된 형벌로 처벌되어야 한다.”(《교회법전》 제1380조)
사제의 보수는 단순한 월급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신부님들도 보수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직업의 대가가 아니라, 교회가 사명 수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제공하는 응답입니다. 사제는 복음을 전하고, 성사를 집전하며,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사명을 실현하는 이들입니다. 교회는 그들이 이 길을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하는 것뿐입니다.
사제의 삶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검소해야 합니다. 《교회법전》 제282조 제1항이 말하듯, 성직자는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하며, 여유가 있다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제의 진정한 보수는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충실한 봉사이며, 그 봉사로 인해 공동체 안에서 얻는 내적 기쁨과 일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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