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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란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성직, 수도 생활을 하도록 부르시는 것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성소 주일을 앞두고 성직자, 신학생, 부모 그리고 자녀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묵상할 수 있도록 돕는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이 책들은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아갈지 깊이 생각해 보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 성직자를 위한 추천 도서 《알렉산드리아의 사자》
"복음서의 시작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

성소 주일은 자신이 받은 부르심의 처음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자》는 마르코 복음사가가 첫 복음서를 써 가는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 낸 소설로, 복음이 탄생하던 뜨거운 시작의 순간을 다시 마주하게 합니다. 날마다 말씀을 전하는 소명을 살아가는 성직자들에게, 말씀의 무게와 말씀을 전하는 사명의 의미를 묵상하게 하는 뜻깊은 책이 되어 줄 것입니다.
점차 변하는 하늘의 색을 보고서 우리 오른쪽 언덕 뒤로 해가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앞으로 보이는 남쪽의 호수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기 잡을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서풍이 불었다. 저 멀리 뒤편에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겐네사렛의 건물 지붕이 얼핏 보였다. 호숫가를 따라 더 먼 곳에는 티베리아스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 너머로 호수는 안개에 파묻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리 왼쪽에서 요르단강 건너편의 고원, 데카폴리스, 필리포스의 영토가 태양이 저물며 차츰 붉어졌다. 그곳에 비하면 키드론 골짜기는 옹색해 보였다.
“스승님께서 즐겨 보시던 곳이에요. 아침 일찍 여기로 올라오곤 하셨죠. 어떨 때는 저 뒤쪽 언덕으로 가시곤 했답니다.”
탈리아는 오른쪽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바로 저 언덕에서 몇 시간 동안 가르치곤 하셨어요.”
우리는 말없이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원래 말이 적었고, 니콜라오스와 나는 그토록 평화로우면서도 장엄한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알렉산드리아의 사자》, 62-63쪽
📖 신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작고 소박한 사랑 안에 깃든 커다란 부르심"

‘작은 길’의 영성으로 사랑받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삶은 신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작은 사랑과 충실함 안에서 매일을 살아 낸 성녀의 여정은 소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화려하고 거창한 업적이 아니라, 매 순간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와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성녀의 고백은 식별과 양성의 시간을 지나는 신학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토닥여 줄 것입니다.
오, 예수님! 모든 작은 영혼에게 당신의 닿을 수 없는 자애를 제가 말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당신께서 저보다 더 약하고 작은 영혼을 만나셨는데, 그 영혼이 당신의 무한한 인자하심을 굳게 믿어서 자신을 온전히 맡긴다면 당신께서는 큰 은혜를 넘치도록 내려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 어째서 당신 사랑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까? 당신께서 그것을 제게 가르쳐 주셨으니, 또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이 가르쳐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또 그렇게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당신께서 거룩하신 눈을 들어 수많은 ‘작은’ 영혼들을 굽어보시기를 애원합니다……. 그 영혼들을 선택하시어 당신 ‘사랑’에 걸맞는 ‘작은’ 희생의 군대를 만드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343-344쪽
❤ 부모를 위한 추천 도서 《열매와 은사》
"성령의 숨결에 자녀를 맡기는 믿음의 기다림"

우리 안에 주어진 성령의 은사와 열매를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특히 자녀가 걸어갈 길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들에게는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하느님께서 자녀에게 어떤 열매를 맺게 하실지 믿고 기다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성소 주일을 맞아 자녀를 향한 걱정과 바람을 기도로 바꾸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성령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의 지혜를 전해 줄 것입니다.
경청하는 자세로 성경을 읽고, 열린 마음으로 묵상하고, 사랑으로 응답할 때 그 말씀이 내면화되고 동화된다. 더욱이 성경은 선으로 응답하도록 이끈다. 그러므로 기도는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향한 자발적인 응답이다. 이 말씀은 단지 소리로만이 아니라 위격으로도 존재한다. 우리가 하느님 말씀이라고 할 때에는 글로 쓰인 하느님의 말씀과 지상으로 강생하신 하느님의 말씀 둘 다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말씀은 가장 깊은 우리 마음의 밑바닥의 문을 두드린다. 나약한 믿음 때문에 줄곧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인간을 깨우고자 끊임없이 말씀하신다. 반면 우리 중 대부분은 그분의 현존을 거의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분께서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믿음이 성장해야 한다. 믿음이 성장하면 이러한 잘못된 생각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
- 《열매와 은사》, 23-24쪽
🌱 자녀를 위한 추천 도서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나를 향한 하느님의 꿈을 발견하는 첫걸음"

가톨릭 교리를 쉽게 설명해 주기로 유명했던 박도식 신부의 저서로,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의문 앞에 선 이들에게, 신앙과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앞으로의 길을 생각하도록 돕습니다. ‘송 군’과 ‘박 신부’의 대화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신앙과 삶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큰 잘못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분리하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일에 성당에 올 때나 고해성사를 받을 때는 신심 깊은 신자인데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전혀 신앙이 없는 것처럼 삽니다. 회사나 학교, 공장 등 자기 직장에 가서는 전혀 신앙이 없는 것처럼 산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잘못입니다.
우리 생활 전체가 신앙생활이자, 기도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직장에서 집에서 일하는 것 모두가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합니다. 육체가 힘들고 괴롭든지 즐겁든지 모두 하느님께 바친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520쪽
성소는 멀리 있는 특별한 길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성소 주일, 다양한 도서와 함께 나를 향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부르심을 새롭게 발견하는
은총 가득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