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무스 파팜 (교황께서 선출되셨습니다) 제목만 보자면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의 생애를 따라가는 평전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교황성하의 개인적 삶을 조명하는 평전이라기보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하는 해설서에 가깝다. 저자는 역대 교황들이 각 시대마다 이루어 온 업적을 차분히 되짚고, 그 연장선 위에서 현재의 신임 교황이 감당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가톨릭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특히 왜 이 시점에 레오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황직이라는 제도가 지닌 책임과 무게에 초점을 맞춘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책 전반에서 강조되는 핵심 개념은 ‘시노달리타스(synodality)’이다. 이는 ‘함께 길을 걷는다’는 뜻으로, 교황과 성직자만이 아니라 평신도를 포함한 교회 전체가 함께 듣고, 토론하고, 식별하며 결정을 내리는 교회 운영 방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하게 추진해 온 이 노선은 교황 개인의 결단에 의존하기보다 경청과 참여를 통해 교회의 일치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레오14세 교황성하는 전임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작한 이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어 가고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인물로 그려진다. 온유하지만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선교 현장과 교황청을 모두 경험한 그의 이력은 분열과 피로가 누적된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교회가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인류 전체를 향한 영적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 시종일관 묻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로서 자연스럽게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개인의 감동을 자극하는 서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황직이라는 자리가 역사 속에서 짊어져 온 책임과 무게를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류와 교회 공동체를 향해 이어질 레오 14세 교황님의 여정 위에 하느님의 축복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조용히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