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bemus Papam!"교황님께서 선출되셨습니다."
이 책은 2025년 5월, 전 세계 교회가 숨죽여 바라보는 가운데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울려 퍼지는 그 유명한 외침으로 문을 연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신자들은 기쁨에 넘쳐 새 교황을 만날 감격의 순간을 기다렸다. 새 교황은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교황명 레오 14세라는 이름으로 애써 눈물을 감추며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제자매 여러분,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 책은 새 교황님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왜 지금 이 시대에 그가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그 앞에 놓인 과제가 무엇인지 차분히 풀어낸다.
1부에서는,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새 교황의 탄생'을 그의 개인사와 함께 따뜻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콘클라베 133명의 추기경단 가운데, 결국 성령의 인도 안에서 한 사람에게로 마음의 포커스가 모여지는 그 감동적인 과정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레오 14세를 이해하려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역대 교황들을 먼저 봐야 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새 교황을 사도적 계승의 연속선 위에 서 있는 후임자로 이해하게 한다. 다양한 시대의 교황들이 직면했던 위기와 지난 콘클라베의 구체적인 구조와 분위기를 소개하며, 하느님의 섭리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어 신앙의 눈으로 역사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믿음을 되새기게 하는 깊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3부에서는, 새 교황의 열두 가지 임무와 여섯 가지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오늘날의 교회가 맞닥뜨린 현실을 다룬다. 무엇보다 새 교황이 왜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택했는지를 꽤 중요하게 다루는데, 그 배경으로 사회교리의 거장인 레오 13세와의 연결을 설명하고 있다. '새 교황의 온유한 카리스마' 를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결론부에서는, "신중함과 우직함, 평화와 온유함은 비록 눈부시지 않더라도 안정감을 주며, 놀랍지는 않아도 담백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희망을 전한다.
저자 크리스토프 에닝은 신문·잡지에서 오래 활동한 종교부 기자답게, 시대를 읽는 분석과 함께 교회의 영성을 드러내는 묵상적 문장을 함께 사용한다. 그래선지 이 책은 오히려 조용하지만 묵직한 톤으로 "왜 지금 이 사람인가?", "이 사람을 통해 하느님은 어떤 길로 교회를, 우리를, 개인을 이끌고자 하시는가?"를 계속 묻는 느낌이다.
책을 계속 읽어가나가다 보면 결국 이런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이 문제는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 '나'의 과제가 아닐까? 겉으로 보면 ‘새 교황님의 과제’ 처럼 보이지만, 막상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뀌게 되는 것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기후 위기, 이주민·난민문제, 종교 간 대화, 가난한 이들 중심의 교회라는 키워드들이 레오 14세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한 교황의 탄생과 사명을 차분히 짚어 주는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이후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책임감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시도의 출발점이 되어주리라 생각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는 단순한 새 교황 소개를 넘어 '새 시대의 신자로서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조용히 되묻게 된다. 우리 모두는 기도와 사랑으로 교회와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