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25년,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된 후 하셨던 연설, 강론, 담화를 엮은 책이다. 2025년은 포용적인 형제애를 실천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떠나보낸 해이자, 새로운 교회 공동체의 전환점을 앞둔 해이기도 했다. 교회 공동체 밖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 포용적 선교 확장에 비해, 교회 전통의 약화는 교회 공동체가 앞둔 과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님의 담론집은 교회의 전통과 새로운 교회 공동체 리더로서 교황의 역할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서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지향하는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책이 다루는 강론의 주제는 ‘경청, 이해, 기억’, ‘평화, 진리, 정의’, ‘사랑과 일치’와 같은 교회 보편의 언어다. 그러나 강론이 이루어져 온 장소와 시점은 다양하다. 때로는 스포츠의 희년을 위해, 때로는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의 자리나 주교들을 대상으로 강론과 연설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이 책은 서로 다른 자리와 상황 속에서 교황님이 어떻게 각 자리와 상황에 맞게 교회 보편의 언어로 복음을 해석해 내고 전하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스포츠 희년에서는 “매일 사랑을 연마하고 훈련하여 궁극의 승리에 가까워지는 기도의 삶(로마 5, 3-5)”과 챔피언의 훈련 과정의 유사성을 비유로 든다. 천체 물리학 여름 학교 참가자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우주의 조화 속에 뿌리신 씨앗을 묵상하며 나누는 경이로움과 기쁨(바룩 3, 35)을 인용하여 말씀하신다. 또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는 복음적 진솔함으로 서로 맞서고 싸우면서도 사도의 일치를 이룬 두 성인의 이야기를 통해 교회 안에서의 친교를 일깨운다. 사제 서품식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고별사(사도 20, 18)를 통해 삶의 투명성과 신뢰를 되새겼다. 풍요로운 묵상을 통해 각기 다른 매 상황과 장면을 복음의 관점과 연결시켜 읽어내는 담론들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속에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비추어 준다.
교회의 전통이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복음의 관점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현실의 상황을 읽어내는 것, 그리고 교회 공동체 장은 끊임없는 복음의 묵상을 통해 그 기쁨을 나누며 그 여정의 자리를 함께 걸어가도록 초대하는 사람이다. 교회가 예수님을 바라보며 걸어온 걸음마는 아마 이런 묵상과 복음의 해석 안에서 이루어져왔으리라. 그리고 이는 개인의 삶으로 확장된다. 복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시선을 떠올리고 그 분의 마음으로 삶을 해석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은 예수님을 바라보며 걷는 그 걸음마를 시작하게 된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그 과정을 실천으로 보여준다. “평화가 모두와 함께” 하기를 바라셨던 예수님의 마음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새기고 살아내는 일에서 시작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