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대화

침묵의 대화

매일산책 이사벨라

2026. 05. 06
읽음 5

기도를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느님께 무엇을 드리고 있는 걸까?

 

말로 기도할 때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묵상도 하고, 청원도 하고, 감사도 합니다. 

그런데 침묵으로 머무는 기도 앞에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조용히 머물다 보면 

내 안에서 여러 목소리가 올라옵니다. 불안한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마음,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 같은 것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거짓 자아의 소음’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거짓 자아의 잡음이 너무 크면,

 신적 생명의 완전한 전달이 이루어질 수 없고 

우리가 그것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도 없다.

 

우리는 기도 안에서도 

무언가를 이루려고 합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잘 기도하고 싶고, 

하느님께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통제하려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관상 기도는 그런 마음을 억지로 없애려는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그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되지 않고 관계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사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내 안의 숨겨진 감정들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질투, 분노, 비교하는 마음 같은 것들입니다. 그 사람을 통해 

내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비춰 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또 하나 오래 남았던 이야기는 고치에서 나오는 나비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치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은 

나비가 날개 끝까지 피를 보내기 위한 본능적 방식이다.

 

 

과학자는 나비를 도와주기 위해 고치를 조금 잘라 주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나비는 날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치에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 자체가 날기 위한 준비였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고통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합니다. 

 

어려움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과정들은 

그 시간을 통과해야만 생기는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도 어쩌면 비슷한 길인지 모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간,

 

메마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간,

 

그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지도 모릅니다.

관상 기도는 특별한 체험을 얻기 위한 길이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9기 이사벨라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을 더 조용히 깊게 알아듣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침묵 속에 머무는 기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시간 안에서 우리의 삶은

가장 깊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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