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_'침묵의 대화'를 읽고

📚서평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_'침묵의 대화'를 읽고

데메트리오

2026. 03. 26
읽음 6

화장실에서 한 번쯤 보셨을 문구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굳이 이 문장을 가져와야 하나 잠시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기에 조심스럽게 차용해 봅니다.

하느님이 제 마음에 머무신 그 자리만큼이나 아름다운 흔적은 없을 것이기에...

 

토마스 키팅은 향심기도로 이미 잘 알려진 분입니다.

향심기도라는 말은 어딘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영어로는 센터링 기도(Centering Prayer)입니다.

중심, 곧 하느님의 현존에 머무는 기도.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제가 이미 지나온 길이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영성심리가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 흐름이 생겨났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족과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노력하면 할수록 더 괴로워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나름의 실마리는 찾았지만,

여전히 무겁고 여전히 괴로운 상태에서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성당을 찾았습니다.

 

저만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말합니다.

그 길은 많은 이들이 지나가는 길이라고.

그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중심은 관상기도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대부분의 기도는 머리로 하는 기도, 바라는 마음의 기도, 의지로 하는 기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관상기도는 그와는 조금 다른 길에 있습니다.

이 책은 관상기도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 길로 가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관상기도를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기도

 

저는 평소에도 생활 속에서 자주 기도를 합니다. 기도라기보다는 수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전을 하며, 걸으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하느님께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합니다.

어떤 날은 너무 지치고 복잡해서 기도조차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제 고민 다 아시죠?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저를 만드신 분이 당신이시니 제 고민도 다 가져가 주세요.

 

돌이켜 보면 참 투박한 기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기도를 드리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리만큼 가벼워집니다.

문제는 그대로인데, 답도 없는데,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머리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편안한 상태.

이 책을 통해 그 경험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순간은 기도를 잘해서가 아니라 잠시 하느님께 머물렀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다음 기도에서는 그 평화를 다시 느끼게 해달라고 청했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도를 이어가다 보면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런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토마스 키팅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 안에 계시며, 우리는 무엇을 더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내려놓아야 한다고.

기도는 말이 아니라 그분의 현존에 대한 동의라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침묵의 대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침묵인데, 대화라니. 그러나 모든 것을 아시는 그분께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대화는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해 저는 많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부족한 체력과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

심지어 악몽을 꿀 정도로 버거운 날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은 하느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두려워하기보다 기대하기보다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이번에는 그분께서 저를 어디로 이끄실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특히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을 분명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합니다. 그 안에서 내면을 얼마나 넓히고 자신의 그릇을 얼마나 키워가느냐.

그 과정 속에서 이 책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날씨가 풀리듯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풀려가기를 바랍니다.

봄날의 햇살 속에서 주님의 평화를 떠올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데메트리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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