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서평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황아녜스

2025. 06. 15
읽음 41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을 통해 가톨릭 전례 뿐 아니라 신앙인의 일상생활에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가지는 큰 의미를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서문의 내용(전문적이고 시대적인 신학 용어 포함)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표지와 편집과 구성이 잘 짜여지고 찬미가의 번역이 탁월해서 성모 축일 같은 특별한 날에 주위에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모님을 단순히 예수님을 낳은 육신의 어머니로 보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한 믿음의 모범이자,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 맡긴 첫 신앙인으로 보며 공경한다. 또한 신앙의 여정에서 우선적으로 본받아야 할 분으로 성모님을 바라보며 묵주 기도와 찬미가를 바치며 그분께 전구를 청한다. 이러한 성모 신심은 초대 교회로부터 중세를 거쳐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고 음악이나 시, 그림 등 예술적 표현을 통해 더욱 깊이 자리 잡아 왔다.

이 책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찬가 97편과 그에 관련된 설명을 함께 수록하고 있으며 성모 찬가가 교회 전례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각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모님을 어떻게 찬미해 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초기 교회의 신앙 공동체를 거쳐 431년 에페소 공의회를 기점으로 성모님의 생애를 기념하는 축일들이 제정되고, 여러 시대와 여러 지역에서 수많은 성모 찬가들이 바쳐졌다. 성모 찬가는 기도이자 신앙 고백이며 시대를 넘어 신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영적 유산이다. 초대 교회의 신자들이 박해 속에서도 성모님께 의탁하며 불렀던 찬가, 중세 수도원에서 봉헌했던 찬가, 그리고 지금까지 전례에서 불리는 찬가까지 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이 책은 역사적 가치가 담긴 기록인 동시에 성모 신심과 전례, 성가에 관심 있는 이, 성모님에 관해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성가대 봉사를 하면서 매년 성모성월, 성모승천대축일,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에 항상 특송을 준비했다. ‘Salve Regina’, ‘Ave Maria’ , ‘Regina Caeli’ ... 지난 5월 성모의 밤에 ‘Magnificat’에 이르기까지. 전례 속에 녹아든 찬미가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마흔이 넘어 가톨릭 세례를 받았고 어릴적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던 터라 성당에서의 성모님 공경 예절에 대한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묵주기도를 하는 것, 성모상에 절하는 것이 마치 절에서 반야심경을 외우거나 부처님에게 절하는 것만 같아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기를 몇년... 용기 내어 거실에 모실 성모상을 구입하고 존경하는 신부님께 축성받는 날, 어떤 깨달음에선지 나는 크게 울었었다.

아무 색깔도 장식도 없이 그저 흰 색의 단조로운 조각상인 우리 집의 성모님이 너무 초라해 보였는지, 남편이 어느 날, 손가락만한 앙증맞은 장미화관을 손수 만들어 성모님께 씌워 드리고는 "봐, 훨씬 이쁘지?" 하며 웃었다. 나도 고맙다는 말도 없이 "응, 그러네."하고 웃어 보였다. 

평범한 한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운명을 오직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감당하였으며 기꺼이 하느님의 구원 사업의 중재자가 되신 성모님의 삶을 통해 사람들은 오늘도 위로와 힘을 얻는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보고 예외 없이 전율과 감동을 느끼면서 조각상 앞을 쉽게 떠날 수 없듯이어떤 사랑은, 어떤 희생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무수히 기념되고 찬미받아 마땅하다.

복되신 동정마리아, 천주의 성모님께 바치는 더 아름다운 찬미가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고 더욱 많이 바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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