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신앙을 넘어 살아 있는 복음의 자리로 이끄는 책이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바라보는 시선이 깊게 남습니다. 문장은 단호하기보다 온유하고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누군가에게 설교를 듣는 느낌보다 삶 가까이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건네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복음을 단지 교회 안의 언어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상처, 관계, 불안, 분열, 외로움 속에서 복음이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이 멀게 느껴졌던 사람에게도 오래 신앙생활을 해 온 사람에게도 다시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단어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면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시는 장소이며, 심오한 결정을 내리는 곳입니다.”
교황님은 인간의 마음 안에는 사랑도 있지만 동시에 긴장과 투쟁도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겉으로 괜찮아 보이기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마음 안에는 말하지 못한 상처와 두려움, 외로움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내면을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신앙은 단순히 바깥의 형식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돌보고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사람의 마음도 집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돌보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한쪽에 켜켜이 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깥만 정돈하려 합니다.
좋은 모습,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려는 모습, 흔들리지 않는 모습만 보여 주려 합니다. 하지만 교황님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면을 돌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 문장이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또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체성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이 짧은 말씀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자신을 내어 주신다고 말합니다. 성체성사를 단순한 종교 의식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랑의 행위로 설명하는 부분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미사를 익숙함 속에서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제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그 사랑이 오늘 우리를 살리고 세상을 구원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문장을 읽으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떠올랐습니다. 작은 배려 하나도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사랑은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체성사는 단지 기억의 상징이 아니라 오늘도 인간을 살게 하는 사랑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두 번째로 깊게 와닿은 주제는 “평화”였습니다. 교황님은 전쟁이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상처를 더 깊게 만들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타인은 적이 아니라 인간입니다”라는 문장은 아주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너무 쉽게 사람을 편 가르기 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틀린 사람처럼 여기고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판단하려 듭니다. 인터넷과 뉴스 속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혐오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교황은 폭력적인 선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이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국가 간의 전쟁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이어집니다. 가족 안에서도, 친구 관계 안에서도, 직장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줍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쉽지만
그 사람의 아픔과 배경을 이해하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적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표현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책은 가난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교황님은 물질적 풍요만으로 인간의 마음은 채워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가장 큰 가난은 하느님 없이
살아가려는 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시대는 끊임없이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공해야 하고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지만 그렇게 채워도 마음은 허전하기도 합니다. 교황님은 바로 그 빈자리 안에서 인간이 무엇을 잃고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이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문장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연약함”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따뜻했습니다.
우리는 약한 모습을 숨기려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척 살아가고 아프지 않은 척 살아갑니다.
하지만 교황은 연약함 또한 인간 존엄의 한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상처와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세 번째로 와닿는 단어는 “희망”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단지 고통의 상징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자리라고 교황님은 말합니다.
용서는 미움을 끊어 내고
희망은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패하고 흔들립니다. 관계가 무너질 때도 있고 자기 자신이 싫어질 만큼 지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인간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참 위로가 되었습니다.
〈복음을 여는 10개의 단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열 가지 단어를 통해 복음의 본질을 차분히 보여 줍니다.
그리스도
—우리 삶의 방향을 잡아 주는 북극성
마음
—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자리
교회
— 시대의 아픔에 응답하는 공동체
선교
— 삶으로 전하는 복음
친교
— 서로를 연결하는 사랑
평화
— 미움 대신 대화를 선택하는 용기
복음
—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전해지는 기쁜
소식 연약함
— 인간 존엄의 또 다른 이름
정의
— 함께 살아가기 위한 책임
희망
—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이 책은 오늘 내 곁의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묻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그 마음이 남습니다.
복음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안에 있고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 안에 있으며 다시 사랑하려는 작은 용기 안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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