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안에서 굳건히 머무르십시오

📚서평

믿음안에서 굳건히 머무르십시오

은결 마틸다

2026. 10. 13
읽음 2

 

세례를 받은 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 신앙에 대해 물으면 "네, 성당 다니고 있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늘 알 수 없는 아쉬움과 궁금증이 남는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쌓였지만 여전히 교리는 낯설고, 신앙에 대한 내 모습이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느끼기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신앙에 마음이 없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과 학문에 관심이 많아 서점에 들르면 신학이나 교리 관련 책들을 유심히 살피고 한 권씩 사 모으곤 한다. '제대로 깊이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난해한 신학 용어와 방대한 교리의 벽에 부딪혀 책장에 고이 모셔두는 일이 많았다. 지적 호기심과 열망은 큰데, 정작 내 안의 교리 지식은 여전히 얕은 상태로 남아있는 셈이다.

 

나의 성당 생활에는 확실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청년미사에서 생활성가로 찬양봉사를 하는 날이면 신나고 기쁜 마음으로 제대 앞에 서서 미사에 몰입한다. 하지만 봉사 스케줄이 없는 주일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면 안 될까?" 하는 게으름이 불쑥 찾아오고, 미사를 건너뛰기도 한다. 그러다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미사에 참석하는 패턴이 일상처럼 반복되곤 했다.

 

이런 나에게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유작인 《믿음 안에 굳건히 머무르십시오》라는 제목은 강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믿음 안에 굳건히 머무르십시오."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신학적 지식에 목말라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자주 흔들리던 나에게 꼭 필요한 답을 제시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겼다.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을 넘어, 인격적인 만남으로

 

현시대 최고 신학자이자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의 글답게, 책 속에는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이 담겨 있었다. 교리에 대한 지식이 아직 얕은 나로서는 한 번에 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존재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조급함이 점차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교황님은 신앙이란 단순히 교리적 지식을 완벽하게 암기하거나 신학 서적을 많이 읽어서 얻는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앙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과의 실제적인 만남'이자 '사랑의 관계'라는 점이다. 책만 사놓고 제대로 통달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나에게, 이 가르침은 매우 명쾌한 시각을 선물해 주었다. 교리를 완벽히 깨우치지 못했더라도, 성가를 부르며 느꼈던 감동과 고해성사를 통해 마주했던 하느님의 자비야말로 이미 내 삶 안에서 일어나고 있던 '인격적 만남'의 순간들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봉사라는 역할, 그리고 "머무름"의 참의미

 

주일마다 미사를 빠지고 싶어 했던 나의 습관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찬양봉사를 할 때는 열정적으로 주님을 노래하면서도, 봉사라는 역할이 없을 때 왜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미사 그 자체의 거룩함보다 '찬양봉사자'라는 역할에 기대어 성당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봉사를 쉬는 날 찾아오는 나태함과, 고해성사를 거쳐 다시 미사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은 실상 내가 하느님과 맺고 있는 관계의 현주소였다.

교황님은 세속의 삶 속에서 신앙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솔직히 인정해주신다. 그렇기에 봉사라는 역할이 있든 없든, 마음이 열정적이든 게으르든 상관없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님 곁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것' 자체가 가장 소중한 신앙의 태도임을 강조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신자로 미사에 참석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때로는 게을러지고 무너지더라도 고해소를 찾아 다시 미사로 돌아오는 그 신앙의 궤적 자체가 바로 '머무름'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다시, 기쁜 마음으로 머무르기 위하여

 

이 책을 덮으며, 그동안 신앙에 대해 품었던 막연한 아쉬움과 궁금증들이 깔끔하게 정돈되는 것을 느꼈다. 교황님이 유언처럼 남기신 "믿음 안에 굳건히 머무르십시오"라는 당부는, 나처럼 20년 동안 신앙의 깊이를 고민해 온 교우에게 전하는 명확한 이정표였다. "지식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봉사라는 역할이 없을 때나, 때로는 방황하다 고해성사를 보고 돌아오는 그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서도, 주님 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확신을 주는 듯했다.

 

이제 나는 한결 가볍고 솔직한 마음으로 주일 미사를 준비하려 한다. 찬양봉사를 하는 날에는 기쁜 목소리로 주님을 찬양하고, 봉사가 없는 날에도 내 존재 자체로 그 자리를 지키는 '참된 예배자'가 되어보고자 한다. 여전히 읽고 싶은 교리 책은 많고, 때로는 고해성사의 문을 두드리며 돌아오는 불완전한 신자이겠지만, 적어도 주님 안에 '머무르는 삶'의 가치만큼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신앙의 지적 탐구에 목말라 있거나, 봉사와 일상 사이에서 자신만의 신앙 리듬을 찾고자 고민하는 모든 교우들에게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yes24  아이디 :hellosk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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