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에 그늘이 되어 준다는 것 - 《거꾸로 자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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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에 그늘이 되어 준다는 것 - 《거꾸로 자라는 나무》

운영진

2026. 05. 27
읽음 2

거꾸로 자라는 나무

-누군가의 삶에 그늘이 되어 준다는 것

피에르 세락 지음

written by Agnes

 

 

누군가가 베푸는 친절이나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일상에 지쳐 딱딱하게 굳어 버린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하게 적셔 온다. 그런 걸 보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사랑과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 안에서 이러한 따스함을 베푸는 것을 어리석거나 내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드라마 <런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상냥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

자신의 모든 걸 내어 주는 삶에 온전히 투신하며, 묵묵하지만 강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불씨를 지닌 사람들. 아마 이런 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을 지닌 이들이 아닐까 싶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는 바로 이러한 기쁨을 알았던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피에르 세락 신부는 40세에 사제품을 받은 후에 인도에서 병들고 가난한 이들, 그리고 수많은 고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제목을 듣게 되면 자연스레 거꾸로 자라는 나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 나무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얀’이라는 나무로, 신기하게도 저 높은 곳 어디에선가 뿌리가 날아와 스스로 터를 잡는다고 한다. 그 뿌리는 땅 속 깊이 자리 잡아 또 다른 나무를 자라게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뻗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세락 신부의 생애와 꼭 닮았다. 그 역시도 말 그대로 ‘하늘을 향해’, 즉 하느님을 위한 사랑으로 이런 봉사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세락 신부는 이 책을 90세에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인도에서 했던 업적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시절에 함께했던 이들과 있었던 일화를 담담하고도 차분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잔잔하고도 소박한 이야기가 진솔하고도 울림 있는 필치로 담겨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을 읽다 보면 세락 신부를 도와 인도에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였던 봉사자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다른 이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던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마련해 볼게요.’ 굉장한 이 몇 마디의 말.

이는 가난한 사람에게서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며,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들리는 말이다. ……

나는 내 방 한 구석이라도 쿠마르에게 내어 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가난한 아마르 딥의 가족은 쿠마르에게 그들의 유일한 침대를 내어 주었다.

피에르 세락, 《거꾸로 자라는 나무》

 

이처럼 자신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으면서도 다른 이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걸 잊지 않았던 이들이 있기에 세락 신부 역시도 그들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또 그 사랑을 다시 나누어 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본문에는 세락 신부가 설립한 공동체에서 지낸 뒤에 “저는 사랑을 배웠어요.”라고 고백한 한 젊은 프랑스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세락 신부를 포함하여 그와 함께했던 이들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고, 또 주고받으며 참된 기쁨을 느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락 신부가 펼쳤던 구호 활동 방식이다. 단순히 가난한 이들에게 일시적인 도움만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법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런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집 없는 이들의 집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다가가 누군가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세락 신부가 자신과 함께한 이들을 사랑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참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또 모든 감사를 그분께 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락 신부는 본문에서 자신이 생각한 사랑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사랑,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요소이자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빛나게 할 수 있다.

피에르 세락, 《거꾸로 자라는 나무》

 

오직 사랑만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빛나게 한다는 것. 어찌 보면 사랑에 관한 일반적인 정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세락 신부님은 이를 ‘말’뿐이 아닌, 진정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기에 가슴에 잔잔히 와 닿는 대목이다.

세락 신부의 여정을 따라 함께 걷다 보면 한 가지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이 있다. ‘삶에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었던 적이 있는지, 그리고 내가 받았던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나?’ 이 책은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그늘이 되어 준다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진심을 지니고 다가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또한 이러한 사랑이 깊이 뿌리내릴 때,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나무가 되어 굳건히 서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마음 깊이 새기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catholicbuk/22316074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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