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파도와 대화하는 법 —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을 읽고

내 안의 파도와 대화하는 법 —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을 읽고

단비소화데레사

2026. 08. 15
읽음 1

살다 보면 마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이 있다. 별일 아닌데도 마음이 가라앉고, 작은 일에 화가 나고, 이유 없이 조급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감정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져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홍성남 신부님의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을 읽으며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건 감정을 없애는 것보다 감정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이야기였다.

신부님은 우리의 감정을 ‘파도’에 비유한다. 파도와 대화를 시도해 보라고 말한다. 철썩이는 파도가 어쩌면 나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이 대목을 읽으며 마음의 파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화가 나는 순간마다 “왜 또 이러지?”라며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지금 내 마음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고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파도는 영원히 거세게 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잔잔해진다. 중요한 것은 파도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 역시 억지로 붙잡거나 없애려 할수록 더 큰 소용돌이가 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남은 표현은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는 말이었다. 살아가며 만난 힘든 시간이 그 순간에는 고통으로만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헤아릴 수 있게 만드는 삶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움이 없는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지나며 그것을 내 삶의 의미로 바꾸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신부님은 세상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조급해하기보다 억지로라도 감사할 일을 찾아 묵상해 보라고 권한다. 감사는 모든 상황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내가 놓치고 있던 작은 선함을 발견하는 연습일 것이다.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바라보셨던 이 시선도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우리의 일상에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분명 좋은 것이 존재한다.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그 현실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을 견디는 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시선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왜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지, 왜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지 이유를 밖에서만 찾기보다 먼저 내 안을 바라보는 것. 내가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 나만의 자원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데서 자기 존중은 시작된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그래서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나는 완벽해서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우울하고, 흔들리고, 조급해하고, 내 마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날이 있지만 그런 나 역시 괜찮은 사람이다.

오늘 내 마음에 거센 파도가 찾아온다면 서둘러 잠재우려 하지 않고 한번 물어보고 싶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철썩이고 있니?”

그렇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잔잔해진 파도가 내 발등을 감싸고 지나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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