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탄생> 무력한 예수는 어떻게 메시아가 되었나

📚서평

<그리스도의 탄생> 무력한 예수는 어떻게 메시아가 되었나

효임골룸바

2026. 04. 16
읽음 2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비유가 떠올랐다.

성경이 신앙의 관점에서 쓰인 ‘삼국지 연의’라면,

엔도 슈사쿠의 <그리스도의 탄생>은 마치 역사적 사실과 심리적 개연성을 촘촘하게 엮어낸 ‘삼국지 정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인 작가 엔도가 마주한 '숙명의 이방인’

이 책의 작가 엔도 슈사쿠는 1923년 도쿄에서 태어나 12세 때 세례를 받은 가톨릭 작가다.

프랑스 유학 중 결핵으로 귀국해야 했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 덕에 우리는 그의 깊이 있는 문학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범신론적 특징이 강한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바오로의 이방인 선교는 숙명적인 관심사였을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예수와 공생활을 함께했던 '직제자'들과,

생전의 예수를 만난 적 없지만 유다교에서 개종한 '바오로'로 구성되었다.

유다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교한 제자들과,

범신적 세계인 그리스와 로마로 향했던 바오로의 차이는

신앙이 전파되는 방식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무력했던 예수, 어떻게 영광의 그리스도가 되었나

책은 예수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살아생전 예수는 지상적 메시아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준 무력한 존재였다.

제자들에게조차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대에 못 미친 스승이었을 뿐이다.

여기서 근원적인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무력했던 예수가 어째서 죽은 후에야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게 되었을까?

십자가에 매달린 스승을 저버리고 도망친 비겁한 제자들이,

왜 그 후에는 목숨을 걸고 가르침을 전하는 사도로 변모했을까?

겁쟁이였던 제자들이 어떻게 강한 신념과 신앙을 지니게 되었을까?

배신과 굴욕이 일궈낸 역설적인 사랑

제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배신의 기억과 뼈저린 후회,

그 굴욕감 속에서 예수를 비로소 달리 보기 시작했다.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친 예수를 보며,

그 무력함 속에 감춰진 '인간의 죄를 짊어진 사랑'을 발견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해가 심해질수록 제자들의 신앙은 더욱 단단해졌다.

세상이 예수를 모욕할수록 그들의 마음속에서 예수는 '나약한 인간'에서

'승리한 메시아'로 부상했고, 그것이 곧 믿음의 시작이 되었다.

탐정이 되어 추적한 '그리스도의 탄생'

한낱 나자렛 사람이었던 무력한 이가 하느님의 아들로 믿게 된 과정.

엔도 슈사쿠는 근거 있는 예측과 집요한 추리를 통해 그 과정을 탐정처럼 면밀히 살핀다.

사실 나에게는 이 과정이 꽤 낯설고도 신선했다.

그동안 성경을 통해 말씀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지역적, 심리적, 정치적 상황을 샅샅이 파헤치며

신앙의 개연성을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내밀한 추적의 기록을 읽고 나니,

전작인 <예수의 생애>와 함께 다시 한번 깊이 읽어 보고 싶다.

 

예스24 https://sarak.yes24.com/review/22111305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strun33/22425383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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