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 자신과 약속한 작은 목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성 도서가 아닌 일반 서적을 읽고 저만의 시선으로 서평을 남기는 것입니다. 혹여나 성당 소식지나 신앙 공동체에서 이 글을 접하고 "웬 베스트셀러 서평일까?" 의아해하실 분들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번째 기록을 시작해 봅니다.
1. 거부감에서 호기심으로, 뒤늦은 만남
이기주 작가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17년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저서 『언어의 온도』가 서점가를 휩쓸 때였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의 저는 대중적인 인기작에 대해 이유 없는 반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신앙도 없었기에 마음은 늘 뾰족했고, 세상의 유행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흘러 다시 성당에 다니며 마음의 여유를 찾은 덕분일까요. 이제는 그의 신작 『보편의 단어』를 편안하게 집어 들고 서평까지 쓰게 되었으니,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습니다.
2. ‘보편(Catholic)’이라는 단어의 이끌림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묘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보편'이라는 단어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어원인 그리스어 ‘카톨리코스(Katholikos)’는 ‘보편적인, 공번된’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영성 도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묵상집을 읽는 듯한 경건한 태도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3. 불안의 파도를 넘어 평화의 항구로
책은 일상의 단어들을 참 쉽고도 다정하게 풀어냅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제 시선을 붙든 문장은 "불안,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저는 늘 높은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았습니다. 오랜 시간 심리상담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죠. 결국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성당을 다시 찾았고, 그제야 저는 주님의 평화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실망을 겪으며 다시 냉담을 고민하던 찰나, 저를 붙들어준 것은 '청년성서모임 창세기 연수'였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시간이 제 인생 후반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불안이 높은 나조차 어여삐 봐주시는 하느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하느님이 저를 어디로 이끄실지 기대하며 '성숙한 불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4. 흔한 단어 속에 숨겨진 ‘임마누엘’의 신호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그 약속을 이번 독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우리 교회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베스트셀러의 단어 한 마디에서도 그분은 일하고 계셨습니다. 신앙이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제게, 하느님은 책 속의 흔한 단어들을 통해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다정하게 속삭여 주시는 듯했습니다.
곧 설 명절입니다. 연휴를 앞둔 설렘 속에 모두가 분주하시겠지요. 그 시간을 틈타 우리 가톨릭 출판사의 좋은 영성 도서든, 혹은 우연히 손을 뻗은 일반 베스트셀러든 책 한 권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세상 모든 문장 사이에 숨어 우리에게 손을 내미시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일상에 가득 머무르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