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어야 빛을 안다.
어둠을 겪어본 나는 밝음의 정도를 안다. 해가 뜨기 직전의 밝음인지, 한낮의 밝음인지, 해가 진 직후의 밝음인지 안다는 것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알기 전에는 벼랑까지 나를 몰아갔다. 할 수 있으니까, 해야하니까 이유를 들면서 꾸역꾸역 그것들을 해냈다. 그러나 이제는 힘들다, 할 수 있다, 놀아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어둠은 피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밝음을 인식하는 데에 어둠을 만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방법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