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관상”은 영적 여정에서 꼭 도달하고 싶은 길이기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에 “그리스도교 관상의 길”이라는 말은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다. 그리고 읽게 된 토마스 키팅의 <침묵의 대화>는 생각 보다 더 깊은 영적 의미를 나에게 심어주었다. 나는 3년 전부터 회심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마주하게 된 옛 유혹들에 대한 답과 이것을 다시 이겨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종교적 회개의 첫 열정이 가라앉고 나면 우리는 오랜 유혹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회심 후의 우리 삶은 더 정직하고, 더 개방되어 있으므로 더 상처받기 쉽고 유혹을 전보다 더 심하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음잡고 하느님께로 향하는 영적 여정 동안 오히려 가족, 직장, 공동체 안에서 견디기 힘든 사람을 더 많이 만나기 마련인데, 그 사람은 우리에게서 가장 나쁜 것을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때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질투심과 같은 감정이며, 이것은 하느님께서 아직 남아있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금 나에게 반추시켜 주시려고 그를 이용하셨을 따름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를 미워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아직 나에게 남은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이런 시선으로 세상의 문제를 바라본다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은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쌓인 쓰레기를 찾아오시어 우리의 방어 기제를 뚫으시는데, 우리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감춰진 은밀한 곳을 들추어낸다. 즉 주님께서 우리에게 저마다 짊어지라고 하시는 십자가는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지녀온 정서적 상처와 그것을 다루기 위해 발달시킨 대처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라는 초대인 것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숭고한 초대에 응답하려면 비움과 치유가 내면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해 준다.
내가 떠나보낸 악마는 나중에 더 많은 악마 군대를 몰고 오는데, 악마의 목적은 우리의 영적 여정을 지속하려는 결심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안토니오 성인이 겪었던 악마의 유혹으로 ‘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욕망, 유명세에 대한 유혹, 먹고 마시는 쾌락의 유혹’ 등을 제시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이러한 유혹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를 구하러 바로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 영적 투쟁의 과정을 정화와 치유 작업을 통해 신적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그저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실 따름이다, 마치 나비가 고치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기다려 주는 것처럼.
이러한 영의 밤이 맺는 중요한 열매는 자신이 영적 은사와 카리스마 은사를 지녔으니 멋진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유혹에서 해방되는 것, 감정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것,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기심을 놓아 버리는 열망, 신적 일치의 성장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에서 해방되려는 열망이다. 그리고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에게 때때로 찾아오는 마음의 어둔 밤에서 상처의 완전한 정화와 치유, 끊어야할 유혹과 벗어나야할 헛된 열망에 대해서 관상 기도 안에서 다시금 정리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세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세상 안의 모든 것을 초월하는 방식을 터득해 가는 길이 관상 기도이며, 그 방법을 이 책은 토마스 키팅 신부님의 체험과 여러 성인들의 영적 여정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알려 준다. 이 책은 내면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여 평정심과 초연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캐스리더스 김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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