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면의 기록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거창하게 말할 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수기를 읽으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말에 경청할 수 있는 여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저는 미사 때마다 맨 끝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뜰에 핀 자그마한 들꽃과 그 꽃의 이름을 알고 계시던 어느 수녀님의 인상이 오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수녀원에서 진행되는 피정 프로그램은 일 년에 한 번은 꼭 참여해야 영성이 풍부해질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때로 피정 덕분에 핸드폰에 집착하지 않게 됐고요. 오랫동안 말하지 않더라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웃을 일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대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손짓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바로 해인 수녀님의 말씀처럼. 행복이란 우리가 불러야 할 손짓이라는 것을 말이죠.
"수녀님. 예수님께서는 어떤 외모를 가지셨죠? 이 사진 속의 인물이 맞나요? 그렇다면 저는 이 인물과 평생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여쭸습니다. 그때 저는 수녀님과 한참 웃었습니다. "자매님, 자매님의 예수님께서는 자매님께서 상상하시는 외모와 음성은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분께서는 자매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계세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어째서 제가 여러 사람을 부여잡도록 오해하게 만드셨을까요? 농담이지만요. 저는 이제야 제가 마음에 드는 예수님의 사진을 찾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따뜻한 음성으로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입고 있는 옷이 자유롭더라도 주님을 사랑하고 신앙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인의 바다' 책에서는요.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평화롭게 소통하는 방법을 구해주셨습니다. 이 소통으로 인해서 주님의 현존함이 저를 병자에게 헌신하도록 해주셨고,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마음을 단정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주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으셨고. 혹은 비난의 아우성으로 가득 찬 광장에서 몸을 피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안전하고 조용한 곳으로 인도해서 늘어진 어깨를 가만히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주님의 마음속의 깊이가 심해처럼 깊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는 주님의 환한 미소가 마냥 그리워서 '해인의 바다'를 사랑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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