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외면하지 않는 신앙의 연습

📚서평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는 신앙의 연습

dajaeclara

2026. 02. 11
읽음 10

《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를 읽는 동안, 책 속 질문들은 책장 안에 얌전히 머무르지 않았다. 매 장마다 펼쳐진 질문들은 늘 오늘의 뉴스 속 사건들과, 내 일상 한복판까지 스며들어왔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든 이유 역시, 사회교리를 단순히 알아두어야 할 지식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양심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물음으로 마주하고 싶어서였다.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이 언제나 옳은 선택일까?”

정의와 평화는 현실에서 정말 가능한 가치일까?”

기술 발전은 신앙을 위협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일까?”

 

이런 물음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복되는 과로사, SPC그룹에서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 앞에서, 우리는 분노하고 애도하다가도, 결국 다시 똑같은 플랫폼을 쓰고, 익숙하게 그 제품을 사곤 한다.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도 잠시, 생활의 편의와 비용, 시간에 쫓기다 보면 어떤 선택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가장 오래 붙잡았던 질문도, 어쩌면 바로 이것이었다.

 

저자 미헬 레메리 신부는 사회교리를 이미 완성된 답처럼 주지 않는다. 이 책에서 사회교리는 성찰의 원리, 판단의 기준, 또 행동의 지침이라는, 신앙 안에서 걸어가는 세 단계의 다리로 제시된다. 사회교리는 세상을 단번에 고치는 해결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끊임없이 단련하는 훈련에 가깝다.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묻게 하고, 어떤 선택이 공동선을 향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 자꾸만 곤란해진 물음들은 끝내 라는 개인, 내 삶의 자리로 돌아온다.

 

책 한가운데서 다루는 노동과 경제의 문제들은 지금의 한국 사회와 유난히 촘촘하게 닿아 있다. 우리는 과로와 위험한 노동에 기댄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의 혜택 속에 살고 있다. 희생이 계속해서 드러나도, ‘대안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은 그 불편한 침묵을 억지로 깨뜨리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묻는다.

이 구조를 분명히 알면서도, 그냥 두는 선택이 정말 중립일까?”

 

인신매매와 현대판 노예제도를 다루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의 질문은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노예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 역시 구조적 죄에 참여하는 일일 수 있다는 지적은, 신앙을 단순한 개인 윤리의 문제에서 사회 구조 전체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단순히 착하게 소비하자는 도덕적 구호를 건네는 게 아니라, 신앙이 기도와 말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사고 클릭하며,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까지 끊임없이 우리를 밀어붙인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사회교리가 개인의 양심과 선택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결국 그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온전히 지우게 되지는 않을까. 쿠팡을 쓰지 않는 선택, 어떤 브랜드의 불매를 결심하는 일이 때론 의미가 있겠지만, 그 대가는 생활비와 시간, 육아·돌봄의 무게로 다시 개인의 어깨 위에 얹힌다. 사회교리는 분명 개인의 책임을 일깨운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와 사회 공동체, 구조의 책임 역시 강조한다. 이 책이 구조적 대안까지 풍부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한계이자, 또 다음 이야기를 함께 고민할 독자에게 남겨진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가 참으로 힘 있는 책인 까닭은, 우리가 일부러 외면해왔던 불편함과 모순을 다시 끄집어내어, 마주 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영웅적인 결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어떤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하며 지나치고 있니?”

사회교리는 세상을 한 번에 정의롭게 만드는 기법이 아니다. 이웃의 얼굴을 통해 하느님의 형상을 식별해내려는, 지치지 않는 시도가 아닐까.

어쩌면 이 책이 우리를 초대하는 자리는, 더 착한 사람, 더 완벽한 신앙인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불편함을 껴안고 살아가면서, 모순 한가운데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 자리에 서는 일. 정의와 평화라는 이상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바로 오늘 내가 내리는 작고 분명한 선택의 연속 안에 들어 있음을, 이 책은 조용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일깨워준다.

 

빛은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

쿠팡의 새벽 배송 속에도,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위에도, 편리한 플랫폼 화면 너머에도 그 빛은 비치고 있다.

문제는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빛을 보면서도 모른 척 지나치는 데 있다.

《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는 그 빛을 다시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편함 속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오늘의 신앙인에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요청한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요한 1,5)

 

교보문고 oonion

예스24 oonion

알라딘 oonion


아래는 글자수 제한으로 요약 서평 게시

가톨릭 출판사 oonion(dajaeclara)

인스타그램 dajae_dayeon

2

0

공유하기

0개의 댓글

로그인 후 이용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