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이 책이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활 중에 만난 제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메시아 구세주가 되어가는 과정을 소설적으로 그려낸 책인 줄 알았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소개만 훑어 봤을 때)
그러나 오히려 예수 사후 남겨진 제자들의 활동과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의 여러 사건을 통해 어떻게 비참하게 처형당한 예수가 신격화되어 가는지를 작가의 시선으로 탐구한 책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일본인 신자이다. 일본은 그리스도교(가톨릭) 신자 비중이 10%가 될까말까 한 한국보다 더 신자 비중이 낮은 범신론적 문화를 가진 국가다. 사실 이런 나라 출신의 인물이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하는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 현존과 부활의 증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개개인의 인격에 따른 체험 그리고 자유의지의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처음엔 별 생각 없이-약간은 의무감으로- 읽어나간 책이지만 완독한 지금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신앙서적이었다.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예수 사후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신학적인 바탕이 구성되어 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중심축은 직제자의 우두머리인 베드로를 중심으로 하는 예루살렘의 제자들(예수 생전에 그를 직접 겪어 본 이들), 그리고 바오로를 중심으로 하는 예수 사후 믿음을 가지게 된 이들로 크게 구분된다.
우유부단한 베드로는 예수 생전에도 세 번이나 스승을 부인했던 것처럼 아직 유다교의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생전의 예수를 만난 적이 없고 기존에 철저히 율법을 지키다 율법의 한계(구원을 주지 못함)를 느끼고 개종한 바오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로서의 그리스도를 받아들였다. 이들 사이에는 화해와 갈등이 반복되었으나 결국 여러 외부 요인 및 사건들을 통해 그리스도교는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간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조직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예수의 재림'을 믿는 신앙이었는데, 로마 치하의 여러 사건으로 바오로/베드로/야고보 등은 사도행전을 기록한 루카 복음사가가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고 순교가 전승으로 전해질 정도로 초라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중대한 위기였다. 예수는 재림하지 않았고, 하느님은 철저히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사람은 그 공동체에서 이탈하거나, 다른 곳에서 합리화의 증거를 찾거나인데, 후자를 택한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그리스도교는 살아남고 구체화되어 갔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하느님의 침묵이라는 문제를 필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과거 예언자의 말에서 그 답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그래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수난에 대한 묘사-구약과의 연결성을 보이는 부분-는 실제 사실과 일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수난의 예수는 영광의 예수로 바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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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에서 성장하고, 훗날 예루살렘 성 밖에서 처형당한 야위고 손발이 가는 한 남자가 있다. 무력했던 그는 생전에 사랑만을 이야기하고, 사랑만으로 살며, 사랑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다. 그는 봄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골고타 언덕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는 겁쟁이였던 제자들을 신념에 찬 사도로 변하게 했으며, 그리스도라 불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었다.
"세상 끝 날까지 나는 너희와 함께 괴로워할 것이다." (<예수의 신비>, 블레즈 파스칼)
인간이 어떤 사상을 품고 있든 내면세계는 변치 않는 영원한 동반자를 추구한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어느 날 밤 기도하던 중에 예수의 음성을 들었다.
"내가 없었다면...... 나를 찾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인간이 고독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대하여 내면과 마주한다면 자신의 영혼이 반드시 어떤 존재를 찾고 있음을 알게 죌 것이다.사랑에 실망하는 사람은 배신하지 않을 존재를 찾는다. 나의 슬픔을 헤아려 줄 이가 없어 절망하고 있는 이는 자신을 이해해 줄 그 누군가를 찾는다. 때문에 인간의 존재와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인간은 영원한 동반자를 계속 찾을 것이다. 예수는 언제나 인간의 이러한 간절한 기대에 답했다. 인간이 계속 예수를 찾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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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p.271-272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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