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성경 이야기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2026년 3월 29일│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6.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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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시기의 끝에서 우리는 성주간을 맞이합니다. 성주간은 슬픔에 잠겨 있는 시간이 아니라,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며 사랑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우리 마음은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요?

환호와 침묵이 교차하는 시간 속, 우리의 신앙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얼마나 함께 질 수 있을지 조용히 되물어 봅시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시작한 일의 끝맺음을 잘하여 훌륭한 성과나 아름다운 결과를 거둔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순 시기도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충실히 보내온 사순 시기를 잘 마무리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 시기 동안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며 준비해 왔던 전례의 정점인 성주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사순 시기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이제 주님의 부활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마지막 고비이자 가장 거룩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전례는 매우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미사가 시작될 때 우리는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성대하게 기념하며 기쁨에 젖어 듭니다. 손에 성지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를 환영합니다. 히브리어로 구원하소서라는 간절한 의미를 담은 이 외침에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시아에게 걸었던 모든 희망과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주님의 고통스러운 수난기를 마주합니다. 방금까지 우리가 외쳤던 뜨거운 환호는 어느새 서늘한 침묵이나 비난의 함성으로 변해 버립니다. 우리가 그토록 환영하고 기뻐했던 그 목소리가, 역설적으로 주님께 고난을 드리고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구세주를 갈망하던 이들의 호산나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외침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사순 시기의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순 시기를 통해 우리가 부활을 맞이할 준비를 해 왔다면, 이제 성주간을 통해 그 준비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거룩한 주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는 주님께서 다가오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분과 함께 십자가를 지는 제자가 될 수도 있고, 군중 속에 숨어 주님을 비난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방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순 시기에 세웠던 수많은 결심이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는지, 아니면 정말로 내 영혼을 변화시켜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를 성찰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는 모습은 어떤가요? 주님께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를 구원해 주실 때만 호산나를 외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내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혹은 침묵과 고통의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외면하거나 비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신앙은 좋을 때만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가장 무력해 보이시는 수난의 현장까지도 묵묵히 따르는 일입니다. 부활의 영광은 수난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집니다. 주님의 십자가까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신앙은 더욱 성숙해집니다.

 

이번 성주간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앙을 깊이 묵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든 성지 가지가 구세주 메시아를 맞이하는 환호가 될지, 아니면 주님을 조롱하는 채찍이 될지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성주간은 주님의 수난을 바라보며 슬픔에만 잠겨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시간입니다. 성주간을 보내며 우리는 주님과 함께 수난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지셨던 십자가를 함께 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수난에 함께할 때, 우리에게 다가올 부활의 기쁨은 더욱 배가 될 것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현재 동성중학교에서 지도 신부를 담당하고 있으며, WYD 지역 조직 위원회 봉사자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한 교육적 고민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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