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집③ 성모 성월, 꽃으로 시작해 기도로 완성하는 시간

신학 칼럼

월간 특집③ 성모 성월, 꽃으로 시작해 기도로 완성하는 시간

은방울꽃과 함께 시작되는 5월의 신앙 이야기

2026.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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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프랑스에서는 은방울꽃을 나누며 행복을 전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꽃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며 5월의 특별함을 드러냅니다.

 

🙏 교회는 이 아름다운 시기를 성모님께 봉헌하며 성모 성월로 지냅니다. 꽃에서 시작된 감성은 기도로 이어지고, 개인의 신심은 교회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 오늘의 글은 그 꽃의 의미를 되짚으며, 성모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길을 안내합니다.

 


 

은방울꽃 한 송이로 시작되는 5

 

5월의 첫날, 노동절Fête du travail’을 공휴일로 지내는 프랑스에서는 아침부터 특별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거리 곳곳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꽃을 상징하는 하얀 은방울꽃muguet’을 진열해 놓은 노점상이 즐비하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고픈 이들이 작은 꽃다발을 손에 쥔 채 바쁜 발걸음을 옮깁니다.

 

 

순백의 꽃잎을 늘어뜨린 은방울꽃의 모습.

 

콘발라리아 마잘리스convallaria majalis’라는 학명을 지닌 은방울꽃은 골짜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콘발리스convallis’백합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레이리온leirion’의 합성어를 어원으로 하는데, 산골짜기의 백합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여기에 풍요와 봄의 여신이자 5월과 관련된 마이아maia’에서 파생된 단어 마잘리스가 결합하여 은방울꽃은 오래전부터 성모 마리아의 꽃으로 여겨졌습니다. 순백의 꽃잎을 가만히 늘어뜨린 외형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기는 성모님의 겸손과 온유, 그리고 경건함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꽃은 십자가 아래에서 흘리신 성모님의 눈물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날 프랑스인들이 은방울꽃을 선물하는 이유가 오직 종교적 의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성모님을 상징하는 꽃은 5월의 첫날 아침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주는 아름다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지의 초목이 온통 푸르게 돋아나고 이름 모를 꽃들로 아름답게 수놓아지는 5, 교회는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이 계절을 성모님께 봉헌하며 어머니께 특별한 전구를 청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께서도 197952일 일반 알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5월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그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참으로 5월은 그분의 달입니다. 전례력과 이 5월은 우리로 하여금 특별한 방식으로 마리아께 마음을 열도록 초대합니다.”

 


 

왜 하필 5월일까요?” 꽃이 먼저 답해 주는 신앙

 

8월이나 12월처럼 전통적으로 중요한 성모님의 축일이 있는 달도 아닌 5월은 어떻게 성모님의 달이 되었을까요? 우리는 무엇보다 그 이유를 아름다운 계절과의 연관성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13세기 초, 자신의 시에서 성모님의 아름다움을 5월과 연관 지었던 카스티야의 알폰소 10(1221~1284)5월의 첫날에 성모님께 화환을 봉헌했던 14세기 도미니코회의 헨리 수소(1295~1366)의 경우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는 5월은 아름다운 여인이라 불리는 천상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16세기에 이르러 로마에서는 5월의 마지막 날 성모님께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관습이 시작되었고, 필립보 네리 성인(1515~1595)은 봄꽃을 모아 성모님께 봉헌하며 5월 한 달 내내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인이 삶 속에서 꽃피워야 할 덕목을 가르쳤습니다. 이 무렵 급속도로 성장했던 성모 신심과 맞물려, 5월은 아름답고 경건한 마음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달이며, 날마다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는 헌신의 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 이탈리아 전역에서 성모님을 향한 신심을 전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예수회원들은 51일 전날 밤, 모든 가정에 꽃과 등불로 장식한 제단을 성모님께 봉헌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이에 가족들은 함께 모여 복되신 어머니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며, 다음 날 실천해야 할 덕목을 적은 쪽지를 뽑아 신심 행위와 삶의 실천을 연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기도가 자라 전통이 되기까지

 

이처럼 주로 신자들 사이에서 대중 신앙 형태로 발전되어 온 5월에 대한 인식은 18세기에 이르러 교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저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성모 성월이라는 책이 출간되었고, 5월이 성모님의 달로 지정되기를 바라는 요청을 전해 들으신 비오 7세 교황님께서는 1815년 이러한 신심의 형태를 교회 전체로 확대하기로 결정하시며, 성모 성월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부분 대사를 허락하셨습니다.

 

또한 이후의 교황님들께서도 이와 같은 교회의 결정을 재확인하시며, 특별히 평화를 위해 성모님께 기도할 것을 정기적으로 권고하셨습니다. 특히 바오로 6세 성인 교황님께서는 회칙 <5월에Mense Maio> 3항에서 이렇게 언급하셨습니다.

 

“5월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가정에서 성모 마리아께 더욱 열렬하고 사랑 가득한 경배와 공경을 드리는 달이며, 또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선물이 성모님의 옥좌로부터 더욱 풍성하게 우리에게 내려오는 달이기도 합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폐막을 앞둔 교회가 지혜롭게 그 결정 사항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냉전 시대의 긴장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모 성월에 더욱 힘써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지내는 성모 성월의 역사는 개인적 형태에서 시작된 신심이 점차 대중 신심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으로 더욱 풍성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신앙인들의 요청을 들은 교회의 응답은 마치 신자들과 성모님의 오랜 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겸손한 당신의 자녀들에게 나타나셔서 우리의 신앙심을 키워 주시고, 우리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며, 언제나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해 주십니다.

 

성모 성월의 전통은 이처럼 우리 신자들이 성모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사랑의 대화에 참여하게 하며, 나아가 세상 속에서 이를 나누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시기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함께하는 성모 성월

 

우리는 매년 5월인 성모 성월을 부활 시기 안에서 맞이합니다. 올해도 성모 성월 내내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성령 강림, 삼위일체의 신비를 묵상하게 됩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을 비롯한 몇몇 성인들은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당신의 부활을 가장 먼저 알리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위해 평생을 끊임없이 헌신하셨던 성모님의 겸손을 묵상하는 5월은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중세 시대에 성모 신심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성모 성월은 마치 부활 시기와 경쟁하는 듯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신앙의 모범의 대상이 아닌 기적적 도움을 청하는 신적 대상으로 추앙받게 되시면서, 그분의 덕성이나 특권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마치 여신女神처럼 신격화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신비는 성모님을 향한 대중 신심에 그 자리를 내어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20세기 초의 전례 운동이 침략적인마리아 운동에 저항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부활 시기의 신비가 가려질 위험성을 직시한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성모 성월을 비롯한 신심 요소들이 올바른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거룩한 전례는 그 본질상 이러한 신심 행위를 훨씬 앞서 가는 것이므로, 전례 시기를 고려하여, 그러한 행위들은 어느 모로든 전례에서 이끌어 내고 백성을 전례로 이끌어 들여 전례와 조화를 이루도록 마련되어야 한다.”(<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13)

 

또한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마음은 먼저, 주님을 통하여 구원의 신비들을 경축하는 주님의 축일들을 지향하여야 한다. 따라서 고유 시기가 성인들의 축일 위에서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여, 구원 신비의 완전한 주기가 마땅한 방법으로 기억되도록 하여야 한다.”(<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108)

 

그러므로 우리는 성모 성월 동안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마리아께서 드러내신 주님 신비의 흔적을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성모 성월은 우리가 주님 부활의 신비를 더욱 충만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시대, 다시 꺼내 드는 묵주

 

2020425,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서한을 통해 전 세계적 어려움의 극복을 위하여 성모 성월 동안 열심히 묵주 기도를 바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비오 12세 교황님께서 회칙 <모든 이의 고통을 헤아리는 이들Communium Interpretes Dolorum>에서 5월에 복되신 성모님께 전쟁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당부하신 것처럼, 그리고 바오로 6세 성인 교황님께서 회칙 <5월에>에서 5월의 신심을 장려하면서 냉전의 종식을 위한 평화의 특별 기도를 권고하셨던 것처럼, 교회는 역사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늘 성모님께 도우심을 청하며 기도하였습니다.

 

종식되지 못하는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2026년의 성모 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믿음과 신뢰의 본보기이신 마리아께 우리는 아름답게 꾸며진 마음의 자리를 내어 드려야 하겠습니다. 5월은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성모님께 특별한 자리를 드리는 시기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신뢰와 충실함, 겸손의 길을 보여 주신 성모님을 통하여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기대어 부르는 이름, ‘어머니

 

우리가 태어나기 전, 우리를 품고 계셨던 어머니의 뱃속은 저 모든 바다보다도 훨씬 넓고 깊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보다도 우리를 향한 희망의 별들이 어머니의 가슴 속에 더 많이 달려 있습니다. 그토록 어머니의 사랑은 거대합니다.

 

성모님의 사랑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사랑을 합친 것보다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지난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불신과 두려움으로 우리가 마비되지 않기를 청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한 조화와 평화의 선물이 온 세상 이들에게 깃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랑의 원천을 태중에 품으셨던 성모님의 전구로 온 세상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달을 수 있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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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인천교구 사제.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과의 일상에서 저의 학생 시절을 반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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