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고, 성모성월을 맞아 마음 깊이 성모님을 모시며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해인 수녀에게 ‘어머니’는 삶을 지탱하는 특별한 사랑의 원천이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며 주님께 어머니의 기쁨을 청하고, 성모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격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이러한 고백과 기도는 우리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번 글에서는 이해인 수녀의 신간 <해인의 바다>, <민들레의 영토 출간 50주년 기념판>에서 나타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푸른 계절의 햇빛 아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묵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어머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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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5월의 햇빛 아래 한층 더 싱그러운 나무들을 보러 산으로 가고 싶습니다. 광안리 우리 집 솔숲의 향기를 맡으며 푸른 바다를 내다보면 마음 가득히 행복이 밀려오곤 했어요. 잠시라도 그곳에 가 앉아서 못다 쓴 시 몇 줄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이기에 어찌나 바빴는지요. 지금은 눈이 자꾸 아플 지경이랍니다. 모든 사람에게 미소와 친절로, 처음인 듯 새롭게 대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지 알면서도, 한참 분주할 때 와서 투정을 부리거나 귀찮게 구는 사람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주님. 오늘은 이상하게도 자꾸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늘 생각이야 하지만 한번 깊이 하기 시작하면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려 와서 걱정이에요. 5월은 어머니의 계절이기 때문인지 제 가슴속에 어머니의 얼굴이 선연히 살아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고운 난초 꽃을 드리고 싶은 어머니. 언젠가 바닷가에서 함께 조개껍데기를 주우며 저와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시던 어머니. 어릴 적에는 진한 봉숭아 물로 제 손톱을 빨갛게 칠해 주셨고, 소녀가 되었을 때에는 하얀 치자 꽃잎과 장미 꽃잎을 말려 편지와 함께 보내 주시던 어머니.
이제 소녀는 아니지만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요. 당신께서는 이런 저를 나무라시진 않죠. 그렇죠, 주님? 우리 어머니께 더 많은 기쁨을 주시기를 청합니다. 1976. 5. 3. _《해인의 바다》에서 |
어머니와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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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단추들을 보면 평소에 단추를 모으던 어머니가 생각나고 동심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
_《민들레의 영토 출간 50주년 기념판》에서 |
어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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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주신 성탄 카드 속지와 어느 해 춘천 휴가길에 어머니와 찍은 사진. ‘언어의 구원 사업’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려 함께 간직하고 있다.
_《민들레의 영토 출간 50주년 기념판》에서 |
성모님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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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정말이지 너무나 감미로운 기억이었습니다. 비록 꿈이라지만, 무한히 현실감 있게 느껴져서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제의 ‘성모의 밤’ 때문이었는지, 저는 꿈에 길을 걸으며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마리아 어머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서서히 안개 같은 것이 걷히면서 그분이 미소하며 다가오시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큰 반가움에 와락 그분께 안겨 거의 울음에 가까운 소리로 잘못을 빌고 싶었죠. 무작정 용서하시라고 빌었어요. 그분은 아주 인자하게 웃으시며 한마디 말씀을 하셨어요. “너무 많이 말하지 말고, 보다 많은 보화를 하늘에 쌓으라.” 하고 지극히 상냥하게 말씀해 주시던 그분과의 만남은 바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주님. 제 생활에 좀 더 밝은 빛을 비춰 주시려는 아버지의 배려라고도 생각될 만큼 그 꿈은 저에게 삶에 대한 의욕과 환희를 더해 주었습니다.
1976. 5. 23. _《해인의 바다》에서 |
참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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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비 맞고 울고 있는 자들을 위해 당신께서는 꼭 오셔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크신 영광을 땅 위에 나타내고 성령의 뜨거운 숨결로 이룬 새로운 창조가 인류의 역사를 바꾸도록. 그리스도 예수님을 가난한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당신은 어머니로 오셔야 했습니다.
한끝 죄에도 물듦이 없이 순결하게 태어나 구원의 여인으로 불린 당신 오늘도 아기 예수님 품에 안고 가까이 다가서는 당신의 이름은 마리아입니다.
1976. 12. 8. _《해인의 바다》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