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기도, 예수님을 바라보는 순례의 여정

신학 칼럼

묵주 기도, 예수님을 바라보는 순례의 여정

묵주 기도가 담은 네 가지 신비 | 의미와 묵상

2025.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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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계: 순례를 함께 떠날 동행자 찾기

 

순례를 떠나려 합니다.

지친 일상에서 쉼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마냥 달려가고만 있는 나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 떠나려 합니다.

 

예수님을 위해 수많은 일을 한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예수님을 위한 일을 한다고 하면서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새롭게 만나고 싶습니다. 나를 만나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예수님을 다시 만나 그분을 따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순례를 떠나려 합니다. 새롭게 보기 위해서, 지금의 내 삶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예수님처럼 더 사랑하기 위해서…….

 

순례를 위해 일정을 조정해서 시간을 비워 놓고 떠날 순례지도 찾아보았습니다. 떠나기 위해 책도 읽고 이것저것 정보도 찾아보고 돈도 모으고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제대로 떠나기 위해 정성과 열정을 담아 순례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이가 필요합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웃어 주고, 때로 쉴 때는 나의 수고에 토닥여 주는 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해 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며 때로는 편협한 시선으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나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다른 것들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줄 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나와 함께 순례를 떠날 누군가보다는 순례지를 잘 볼 수 있도록, 순례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게 만들어 줄 훌륭한 가이드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다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순례를 떠납시다.

 


 

두 번째 단계: 순례 안에 담긴 그리스도의 삶 묵상하기

 

묵주 기도는 순례입니다.

묵주 기도는 예수님의 삶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떠나는 순례입니다.

 

순례는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하느님이 복음을 선포하시며 하셨던 그분의 삶과 말씀을 바라봅니다. 그 안에서 그분께서 당하셨던 고통과 아픔,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고, 그 죽음을 통해서 이루셨던 구원의 역사를 묵상합니다. 우리는 이 순례를 통해서 그분의 삶과 고통스러운 여정 안에서 드러나는 신비를 깨닫고, 성부의 오른편에 앉으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원한 영광을 알게 됩니다.

 

순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제자들의 임무이며 삶의 모습입니다. 이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보지 않았고 잊어버렸던 예수님의 모습을, 세상의 이치와 논리에 빠져 무시하고 살았던 예수님의 십자가의 가치와 희망을 다시 마음속에 새기는 기회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순례의 희망을 말씀해 주십니다.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은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거울로 보듯 어렴풋이 바라보면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는 영이신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입니다.”(2코린 3,18)

 


 

세 번째 단계: 순례의 가장 훌륭한 가이드 성모님 발견하기

 

이 순례에 우리는 성모님과 동행합니다.

성모님께서는 그 누구와도 비길 수 없는 탁월한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따르며 직접 모든 것을 바라보셨고 그 바라봄을 마음 속에 간직하셨습니다. 그분의 눈길은 예수님을 결코 떠나지 않았고 그분의 마음은 예수님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2002묵주 기도의 해를 선포하시며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탁월함을 말씀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시키고 사시며, 그분의 말씀은 무엇이든지 소중히 간직하셨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51 참조). 성모님의 마음에 새겨진 예수님의 기억은 모든 일에서 언제나 성모님과 함께 동행하면서, 당신 아드님 곁에서 보내신 삶의 여러 순간들을 묵상하게 하셨습니다. 그 기억들은 어느 모로 성모님께서 지상에 사시는 동안 몸소 끊임없이 바치셨던 묵주 기도를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천상 예루살렘의 기쁜 노래들 가운데 성모님께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시는 연유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그 연유들 때문에 성모님께서는 지금도 순례하는 교회에 어머니로서 관심을 가지시며, 교회 안에서 복음 선포자로서 당신의 선포 여정을 계속해 나가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신자들에게 당신 아드님의 신비를 끊임없이 보여 주시며, 그 신비의 관상으로 그 모든 구원의 힘이 발휘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기에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묵주 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의 기억과 또 그 눈길과 일치하게 됩니다.”*

*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 〈마리아의 묵주 기도에 관하여 주교와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교서〉, 11, 2002 참조.

 

성모님의 삶 자체가 예수님을 따르는 순례였기 때문에, 성모님께서는 이 순례의 가장 훌륭한 가이드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품으시고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순례를 하셨고 예수님의 공생활 내내 예수님 따르시며 십자가의 고통을 예수님과 함께 하시고 아파하셨습니다. 또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도 사도들과 함께하시며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교회의 순례에 함께하셨으며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오르셨던 그 하늘의 순례를 직접 경험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떠나야 하는 묵주 기도의 순례에서 성모님의 시선과 바라봄은 절대 빠트릴 수 없습니다.

 


 

네 번째 단계: 순례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를 잊지 않기

 

순례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희망을 위해 떠나는 우리의 순례에서 먼저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순례는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 예수님의 기쁨과 슬픔, 수난과 고통, 그리고 영광과 희망에 대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분의 시선과 태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순례의 목적은 그분을 닮아가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순례를 통해 그분처럼 바라보고 행동하며, 사랑하고 희망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우리의 훌륭한 동반자이신 성모님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시며 느끼셨던 성모님의 마음, 더 나아가 성모님의 기쁨과 고통, 고뇌와 희망을 우리 안에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그 시선을 통해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비교해 봅시다. 나의 선택, 나의 삶의 여정과 성모님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또 다른, 그리고 희망의 여정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를 끊임없이 바라보는 묵주 기도의 영적 순례는 우리를 함께 울고 웃게 만들며, 같은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우정의 길로 이끌어 줍니다. 우정의 길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삶으로 들어가, 그분의 감각으로 숨 쉬게됩니다.

 


 

마지막 단계: 나를 잊지 않기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여정은 신비의 여정입니다.

 

신비는 익숙한 것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비는 너무 익숙해서, 매일 만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관심 없이 바라보고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금 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발견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묵주 기도의 여정은 익숙한 나의 삶을 예수님과 성모님의 시선으로 다시 보게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또 다른 것을 우리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였으면 합니다.

 

묵주 기도의 순례를 떠나려는 지금의 이 순간 마지막으로 바르톨로 롱고 복자(Bartolo Rongo, 1941-1926)거룩한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의 말씀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복되신 성모님의 묵주는 저희를 하느님께 묶어 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며, 저희 천사들과 결합시켜 주는 사랑의 끈입니다. 묵주 기도는 지옥의 공경을 물리치는 구원의 보루이며 모든 난파선이 찾는 안전한 항구입니다. 저희는 묵주 기도를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묵주는 저희에게 위안이 될 것입니다. 삶을 마치며 묵주에다 마지막 입맞춤을 할 것입니다.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 저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미로우신 성모님의 이름을 부를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죄인들의 피난처, 슬퍼하는 이들의 위로자이신 성모님, 오늘 또 영원토록 하늘 땅 어디서나 찬미받으소서!”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Profile
광주대교구 사제. 가톨릭목포성지 담당으로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이 일상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의 삶을 직시할 수 있는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과 순례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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