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바다, 경외의 바다

📚서평

해인의 바다, 경외의 바다

데메트리오

2026. 06. 08
읽음 2

언제나 소녀, 영원한 소녀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현시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장원영도 아니고, 스크린을 장악하는 배우 고윤정도 아닙니다. 제게는 이해인 수녀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마도 지난해 남양성모성지에서 직접 뵈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세가 적지 않으심에도 소녀 같은 미소와 맑은 눈빛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해인 수녀님을 떠올리면 언제나 '영원한 소녀'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당시 저는 성당을 다니지도 않았고, 꽤나 확고한 무신론자였습니다. 국어 시간에 종교적 색채가 담긴 시를 배우면 그저 문제를 풀기 위한 대상으로만 보았습니다. 신앙을 다루는 시가 나오면 "절대자에 대한 사랑" 같은 선지를 고르면 정답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때의 저는 정답은 맞힐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성당을 다니고, 성경을 공부하고, 신앙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최근 성령강림대축일에 성령칠은 카드를 뽑았는데, 제게 나온 것은 '경외'였습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성당 안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하느님과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부족함은 참 많이 보였습니다.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고,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외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마음이 멈추었습니다.

'성당 사람들에 대한 경외'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 살아왔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내가 옳고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도 진정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해인의 바다』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바라보며 약간의 부러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욕심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관심 있는 분야도 많습니다. 신앙도 중요하고 공부도 중요하고 직장도 중요하고 글쓰기도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은 오히려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얼마나 가벼운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의 삶은 단순히 하나만 바라보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성찰, 끝나지 않는 하느님과의 대화,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사와 사랑이 있었습니다.

책을 한 권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책을 쓰고, 또 다른 생각을 하고, 또 다른 기도를 드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그리고 동시에,

"나는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했는가."

사실 이 책은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녀님의 글에는 특유의 소녀 감성이 있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분답게 문장마다 운율이 살아 있고,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위로가 스며 있습니다.

신앙인은 신앙인대로, 비신앙인은 비신앙인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느끼는 지점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얻는 행복과 위로는 분명 존재합니다.

삶에서 신앙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는 '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인에게는 신앙이 그 낙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책이나 음악, 여행, 혹은 자신만의 취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해인의 바다』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위로와 쉼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빠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

저 역시 신앙 안에서 평화와 기쁨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그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서평단 활동을 하며 글을 쓰는 일이 때로는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결국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제게는 분명한 기쁨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부족할 수는 있습니다.

생각이 짧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 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늘 이야기합니다.

기쁘게 살라고.

그리고 그 기쁨을 세상과 나누라고.

『해인의 바다』는 제게 바다처럼 넓은 위로를 주었고, 동시에 잊고 있던 '경외'를 다시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게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제 마음을 비추어 보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바다를 발견하시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찾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다뤄볼 이야기들: 신앙 생활 속에서 어떠한 기쁨으로 살아가시나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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