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바다
이해인 지음
잠깐 지나가는 것, 사라지는 것들을 허무로 보게 해 주시는 당신의 은총에 언제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본문 176쪽)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삶이 온갖 희노애락에 연속이라지만 그 안에서 정작 우리는 많은 것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만다. 이해인 수녀님의 [해인의 바다]은 그러한 소소함에서의 넘치는 감사의 마음을 바늘과 실로 천에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글로 그려낸 풍경화와 같다. 이 느낌은 이 책이 누구를 대상으로 한 글이 아니라 글쓴 이가 살아오면서 느낀 마음의 울림을 고스란히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의 구성에서도 알수 있듯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다시 이어지는 우리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한 인간의 삶의 흔적이 발견할 수 있다. 그 흔적이 독자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그동안 놓쳐왔던 소중한 것들에 감사의 마음이 차곡차곡 내 안에 들어서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런 점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성적으로 일깨움을 주는 책은 많다. 이 책도 그러한 책의 하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만 이 책만이 갖는 향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그것은 주님의 뜻과 일치하는 삶은 무엇인지를 일상에서 마주하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에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많은 공감을 하게 되고, 그동안 나 스스로 많은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쳐 왔구나하는 한탄과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하느님께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애 정도는 한토막 밤보다도 짧디 짧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작 인간은 그 안에서 온갖 기쁨과 즐거움,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때론 고통으로 느끼기 십상이지만 결국 어리석은 인간은 뒤늦은 후회와 깨달음으로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마음 속에서 닮고 싶은 것, 따라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 일기는 하루 하루 주님과 소소한 대화를 하는 것이면 좋겠다. 내 안에 사그러 들지 않는 크고 작은 욕망들의 파편이 오로지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해지며, 그때의 내 눈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보고 맛들여라
복되다 그 님께 몸을 숨기는 사람이여 (시편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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