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론(베르나르도 영성에 관하여)

📚서평

신애론(베르나르도 영성에 관하여)

미카쌤

2026. 06. 15
읽음 5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는 사실 잘 모르는 성인이었다. 그럼에도 가톨릭출판사에서 제시한 3권의 책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목이 ‘신애론’이었기 때문. 

매일 밤 조용히 나는 저녁기도를 바친다. 저녁기도 중 가장 사랑하는 기도가 삼덕송 중 ‘애덕송’이다. 아주 어린 날 그냥 문득 하느님이 좋았던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하느님께 기도를 할 때 첫마디가 이거다. “사랑이신 하느님” 어린 내게 하느님은 그냥 사랑이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도의 시작은 늘 같다. “사랑이신 하느님.” 그래서인지 나는 애덕송을 정말로 좋아한다. 그리고.. 좀 더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하느님이 조금도 안 무섭다. 하느님은 심판자이시기 전에 무한히 사랑이시기 때문에 내가 무너지고, 엎어지고, 망가져도 끝내 하느님 곁에 머무르려고 애쓰기만 한다면 다 품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내가 그 분께 가려고만 한다면 맨발로 뛰어나와 먼저 맞아주실 아버지. 그래서 내게 하느님은 심판자가 아니라.. 그냥 아빠다 아빠 ㅎ 언제나 내 편인, 내 아빠. 아무튼 내게 하느님은 우리 아빠, 내 아빠인데 아빠를 사랑한 다른 자식은 어떻게 아빠를 사랑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을 신청했다.

책의 1/5정도는 사실 참고 문헌이라서 책 분량 자체는 짧다. 크게 3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2부는 베르나르도 성인의 시대 배경,성인의 일대기와 업적등이 소개된다. 마지막 3부는 베르나르도의 영성을 다룬다.

베르나르도 성인은 클레르보 수도원장(시토회)이었다. 기존 클뤼니 계열 수도원이 화려한 전례와 장엄함을 강조했다면, 시토회는 침묵과 노동, 단순함, 청빈, 내적기도를 추구했고, 그래서 건축물도 매우 절제된 형태를 띈다. 이 정도의 이야기로 2부는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1부와 3부의 내용만 짧게 소개해보려 한다.

 

1부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

1단계) 인간이 자신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단계

2단계) 인간이 자신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

3단계) 인간이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

4단계) 인간이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사랑할 때

1단계는 워낙 인간적인 층위라 설명조차 필요없을 것 같다. 기복신앙이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유는 2단계 때문이 아닐까. 3단계는 신앙이 깊어지면 많은 이들이 여기까지는 도달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으면서.. 2단계와 3단계 사이 어디쯤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4단계는 완전한 성덕에 이르러야 가능하리라고 베르나르도 성인도 말했으니 쉬운 단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주변에 깊은 신앙심을 가진 이들을 보면, 부족하고 엉망인 자기 자신조차 하느님이 지으신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믿으며 그 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단계를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어렵다는 것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믿는다. 1부에서는 주로 이런 이야기들을 다루는데 베르나르도 성인은 성경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가지고와서 이 이야기들을 다룬다. 

 

3부 <베르나르도 영성>

3부의 베르나르도 영성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랑으로 하느님께 돌아가는 영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토회를 떠올리면 사실 엄격한 금욕, 고행, 규칙 준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지는 감각을 딱 하나만 말하라면 ‘따뜻함’ 이었다. 베르나르도 성인은 어떠한 규칙을 지키는 그 자체를 중요하게 보는게 아니라, 우리가 원래 하느님을 향하도록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저 하느님께 돌아가는 귀향의 여정을 걷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한다. 

베르나르도 영성을 접하면서, 내가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주종 관계, 심판자와 죄인의 관계로 두지 않고 죄가 많아도 아버지 집에 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자식 관계가 하느님께는 얼마나 기쁨인지를 알 수 있었다. 왜 베르나르도 성인이 ‘아가서’를 그토록 사랑하고 설교했는지 잘 알 수 있는 파트였다. 

동방 영성에 나는 깊이 마음을 두고 있는데 동방 영성과 굳이 비교하자면, 베르나르도 영성은 훨씬 정서적이라는 것이다. 동방 영성은 하느님의 상을 지워내는 단계까지를 이야기 하며 자신을 완전히 비움으로써 기도마저 예수님께서 하시도록 내어드리는 관상에 가깝다면, 베르나르도 성인의 영성은 깊고도 자유로운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하느님께로 이끄는지에 대한 영성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베르나르도 성인 역시 동방 영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p.149-150/ 그에게는 ‘마지막 교부’라는 호칭이 따라 붙었다.)

우리는 제각각이다. 같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고 그래서 사람마다 가진 달란트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어떤 소명으로 부르심을 받는지도 다 다르다, 해서 하느님께 이르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성인들을 통해 다양한 영성이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이렇게나 많은 길이 있으니 니가 원하는 것으로 골라서 내게 와줄래. 하고 초대하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아가서를 새로 읽어 볼 참이다.

정서적이고 따뜻한 영성의 길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주 추천해줄 만한 책인 것 같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grafikkk/22431650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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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출판사: grafik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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