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화이트 <위로 II> 서평 📚

📚서평

데이비드 화이트 <위로 II> 서평 📚

꿈꾸는 실비아

2026. 10. 03
읽음 8

일상 단어들이 주는 위안, 성찰, 그리고 숨은 의미

데이비드 화이트 <위로 II> 📚 📖 

어떤 날은 특별히 슬픈 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지친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무겁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해야 할 일, 책임져야 할 것,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놓치고 살았다.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 II>는 그런 나에게 쉽게 답을 주는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한 단어 하나를 앞에 놓고 오래 바라보게 했다.

이 책에는 믿음, 죽음, 자유, 사랑, 잠, 시간처럼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52개의 단어가 등장한다. 저자는 그 단어들에 우리가 당연하게 붙여놓은 의미를 잠시 내려놓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삶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본다. 

이 책은 한 문장을 읽고도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보다 다시 돌아와 생각해야 해서 어렵게 느껴졌다. 번역을 맡은 이상원 교수 역시 이 책을 작업하면서 문장의 의미를 계속 뜯어보고 고민해야 했다고 말한다. 줄거리 중심의 책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붙잡고 함께 사유하는 책이다.

이 책을 조금씩 천천히 읽으며 특히 ‘혼자’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은 말이 아닐 텐데 우리는 너무 쉽게 둘을 하나로 묶어버린다. 나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면서도 때로는 그것을 외로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은 나 자신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나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침묵 중에 조용히 기도할 때 비로소 내 안에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가.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 끝에서 하느님 앞에 선 나를 만나게 된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때로는 그 모든 ‘해야 한다’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하느님 앞에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멈춤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저자는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세상이 정해놓은 의미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감각과 기억으로 다시 바라보라고 권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단어의 정답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경험해 왔는가’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의 생각보다 나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돌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면 나는 무엇을 붙잡고 싶은가.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오늘의 관계가 다르게 보인다. 안부를 묻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위로란 아픈 마음을 무조건 달래주는 말이 아니다. 외면했던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하고, 그 질문을 안고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 조용히 함께 있는 것. 나는 그것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천천히 살고 싶어졌다. 사람들의 말에 너무 빨리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자주 물어보고 싶어졌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 낯선 풍경으로 다가오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내 마음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이전과는 다른 깊이로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

삶은 더 많은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면서 내 안에 남아 있는 가장 본질적인 마음을 발견하는 과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내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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