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영성을 마주한 인생의 순례자 / <해인의 바다>

📚서평

노을빛 영성을 마주한 인생의 순례자 / <해인의 바다>

베로니카1

2026. 08. 03
읽음 3

<노을빛 영성을 마주한 인생의 순례자> 

 가톨릭북클럽 서평단 김베로니카

 

  고등학생 때 접했던 이해인 수녀님의 민들레의 영토는 시를 습작하던 시절 나의 시 교과서였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영롱한 언어로 삶을 통해 고요하고 거룩한 의미를 담아낸 시를 쓰고 싶어서 수녀님의 시를 몇 번이고 따라 썼다. 시간이 흘러 나도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고, 나의 마음속에 아련한 롤 모델로 남아있는 이해인 수녀님께서 내가 사는 지역에 특강하러 오신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가 수녀님을 영접하였을 때 참 기뻤다. 20년만이었다. 수녀님의 특강을 들으며 수녀님의 모든 글들은 수녀님께서 몸소 삶의 현장에서 느낀 사유와 통찰을 고스란히 담아냈음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수녀님을 뵙고 집에 돌아와서 최근 출판된 이해인 수녀님의 「해인의 바다」를 꺼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50년 만에 공개하는 영혼의 일기 「해인의 바다」는 수녀님께서 수도자로서 묵묵히 걸어오신 삶의 흔적에서 더 넓고 깊은 삶의 고뇌와 환희의 빛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고의 세월은 당신 안에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약한 수녀입니다. 당신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의 믿음은 자주 약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워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인간의 유약함 속의 고뇌와 저는 믿음의 길, 죽음의 길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땀을 흘리며 달려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신을 만나기 위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언제나 도와주십시오.’라는 환희가 거룩한 해인의 바다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뇌와 환희의 빛깔을 내는 이해인 수녀님의 영혼의 바다를 함께 건너며, 수녀님께서 삶의 관계 안에서 겪었던 힘듦의 극복을 통해 제시해 주었던 모든 말을 다 하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무언가 묻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마지못해 대답하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무리 귀찮아도, 피로해도 말입니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받쳐 주는 기쁨입니다.’의 내용은 세상의 바다인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수녀님께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오직 붙잡고 살아오셨던 거룩한 삶의 향들이 바다의 잔잔한 물결처럼 나의 삶 안에도 깊고 넓게 스며들고 있었다.

살아갈수록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는 수녀님께서는 주님 안에서 우리의 영혼이 단순해질수록 더욱 맑고, 조용하고, 깨끗한 마음을 소유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 세상에서 주님 외엔 가진 것이 없는 아주 작은 민들레가 되게 해달라는 수녀님의 기도는 어쩌면 지금껏 삶을 살아오면서 차오르는 삶의 무게들을 견디며 비우고 비워냈던 인생의 치열한 고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살아왔던 맛없는 제 영혼에 깨끗한 소금을 뿌려 신부로 맞는 임금이신 당신에게 저를 바칩니다. 당신의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바랄 게 없는 단순한 영혼으로 머물기를 원하옵니다. 당신 안에 모든 지혜가 있으니 제가 언제나 당신 안에 숨어들게 하소서.’와 같은 마음이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지금의 이해인 수녀님을 있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이러한 삶의 고뇌 속에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고, 언제나 삶의 굴곡을 지나 온 뒤에는 지금껏 모든 날들, 모든 사건, 크고 작게 영향을 끼치며 오늘의 저를 형성해 준 모든 사람,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의 말처럼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삶의 고뇌 - 주님께 온전히 내어 맡김 - 삶의 모든 것에 감사로 이어졌던 수녀님의 치열했던 삶이 현재의 넉넉한 바다를 일궈낸 지금, 그 해인의 바다에서 수녀님께서는 노을빛 노년을 마주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노을빛 노년의 모든 순간들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도하는 오늘!’이라고.

이해인 수녀님의 삶이 진솔하게 담긴 영혼의 일기 「해인의 바다」는 수녀님의 삶의 고뇌와 환희의 빛깔들이 반짝거리는 책이다. 그 반짝거림이 해인의 바다를 있게 하였고, 나는 그 고요하고 거룩한 심연의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고 노을빛 영성을 마주한 인생의 순례자 이해인 수녀님처럼 나 역시 그러한 삶을 살아내 볼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언젠가 그 바다를 수녀님과 함께 바라보고 싶다.

 ● 모임 발제 질문: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다가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하느님을 멀리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기도의 시를 올리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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